이유식은 생후 3~4개월부터|빨라도 늦어도 발육에 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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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들어 국산 이유식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수입한 외제 이유식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아기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여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어머니들이 많다. 의사나 육아책에 따르면 생후 3, 4개월 이후부터 이유를 시작하라지만 이유식 제조업체나 수입업체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유식을 먹이지 않으면 아기가 영양결핍을 일으켜 쑥쑥 자라지 못한다』고 목청을 돋우기 때문.
건강하고 총명한 아기로 키우고 싶은 것이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소망이고 보면 심지어 생후 1주일부터 먹이라는 이유식 광고를 수시로 접하면서 생후 3∼4개월까지 모유나 분유만 먹이기가 불안하다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다.
『이유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 등 성장발달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지만 무턱대고 서두르는 것도 곤란합니다. 지나치게 일찍부터 이유식을 주면 알레르기성 체질이 되기 쉽고 소화 흡수에도 무리가 생겨 설사나 구토를 일으키기도 하거든요. 부작용이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신장 등 내장기관에 무리한 부담을 주어 훗날 잔병이나 허약체질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아과 건문의 유신애박사는 모유를 먹는 아기라면 생후 5∼6개월, 분유의 경우는 3∼4개월 무렵부터 이유식올 줘도 결코 늦지 않다고 강조한다.
상당수의, 주부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 값비싼 이유식, 특히 외제라면 더욱 좋은 줄 착각하는 것도 곤란한 문제다.
여러가지 곡류·야채·과일·고기 등을 한데 섞어놓아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처음으로 음식 맛을 알게 되는 시기에 이것저것 뒤섞어 먹이면 입맛의 개발을 막고 어느 음식이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소화 흡수가 잘 안되는지도 알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식을 많이 생산하는 여러 선진국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상류층 주부일수록 집에서 직접 이유식을 만들고, 교육수준이 낮거나 직장을 가져 이유식을 손수 만들기 곤란한 주부들이 상품화된 이유식을 먹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상류 가정주부일수록 외제 이유식을 찾는 경향』이라는 것이 홍순옥씨의(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 모유권장분과위원장)의 말.
심지어 파출부로 일하는 어머니조차 부잣집 아기들이 먹는 외제 이유식을 자기 아기에게도 먹이려고 애쓰는 식의 난센스를 막으려면 종합병원이나 여성 및 소비자단체들이 이유식에 대한 교육을 맡아야한다고 말한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어머니가 직접 이유식을 만들면 소금 설탕· 방부제 등 아기의 건강을 해치는 첨가물 없이 오래 묵지 않은 신선한 음식을 먹일 수 있어 좋다.
이유식은 미음으로 시작해 차차 과즙과 야채즙을 주다가 생후 8개월 무렵부터는 고기종류를 주는데 한번에 한가지씩 차츰 분량과 횟수를 늘릴 것. 아기가 어떤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 확인하려면 약 72시간이 필요하므로 한가지 음식을 7∼10일 가량 먹여본 뒤 새로운 이유식을 시작하라고 유박사는 권한다.
어머니가 정성껏 만든 이유식으로 아기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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