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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북핵·경제 현안 많아 … 정상회의 정례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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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잔디밭에 전시된 ‘808 숨 쉬는 꽃’. 한·중·일 30인회의가 제정한 공용한자 808자를 모티브로 만든 연꽃 모양의 작품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상반기 개최를 정례화하자.” 2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제1회 한·중·일 공공외교포럼 참가자들은 북핵·과거사·경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세에 휘둘리지 않는 정상회의의 정상화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포럼은 지난해 11월 3년여 만에 서울에서 재개된 3국 정상회의 합의 사항으로 중국 공공외교협회와 한·중·일 협력사무국(TCS)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작년 3국 정상회담 때 합의한 포럼
북 5차 핵실험 저지 공동대응 촉구

베이징 댜오위타이 행사장 앞에
‘공용한자 808자’ 형상화 작품 전시

장예쑤이(張業遂) 중국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축사에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산이 흔들린다”며 “3국 협력의 튼튼한 정치적 기초와 광범한 국민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부부장은 이를 위해 “3국 협력사무국을 협력 재단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한국 대표단은 북한의 5차 핵실험 방지를 위해 단호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고건 전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과 한·중·일 3국의 공동 대응은 동북아의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를 구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동북아에 새로운 냉전이 나타나지 않게 미·중 관계가 안정적이고 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3국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오치정(趙啓正) 전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은 “만일 북한의 핵실험이 계속되고 국지전쟁이라도 터진다면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공공외교 포럼에서는 북핵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지혜로운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가 국내 정치에 휘둘리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동북아 현실을 보면 국내 정치가 가능한 것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동북아 통합을 지향하는 정치 기반이 마련되지 않고는 평화와 안정 모색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국 정상이 합의한 2020년 3국 간 연간 인적 교류 3000만 명 달성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일·중국제교류협회 회장은 “일본 학생들이 한국어와 중국어를 배울 기회가 적다”며 “상대국 언어 교육 기회를 늘려 상호 방문 욕구를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던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이 전날 베이징에서 갑자기 별세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시해 포럼은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댜오위타이 잔디밭에는 중앙일보 주도로 한·중·일 30인회가 2013년 제정한 공용한자 808자를 최정화 작가가 형상화한 설치미술 ‘808 숨 쉬는 꽃’이 전시됐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30인회의 ‘샹들리에’와 지난 3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재개관전에 전시된 ‘파문(波文)’에 이어 연꽃 형상으로 진화했다. 최 작가는 “진흙 속에서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한·중·일이 당면한 어려움 속에서도 맑은 미래를 준비하자는 취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글·사진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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