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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남매 '각자 경영'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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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세계그룹이 신세계와 이마트를 계열분리 하고 남매간 ‘각자 경영’을 공식화했다.

신세계·이마트 지분 서로 교환
이명희 회장, 두 곳 최대주주 유지
이마트 매출 13조, 신세계의 5배
“불확실성 사라져 책임경영 강화”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중심인 ㈜이마트는 오빠 정용진(48) 부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이 주력인 ㈜신세계는 동생 정유경(44) 총괄사장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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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은 29일 신세계 지분 7.32%(137만9700주) 전부를 정 총괄사장에게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정 총괄사장도 이마트 지분 2.52%(70만1203주) 전부를 정 부회장에게 같은 방식으로 팔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 종가는 21만1500원, 이마트 종가는 18만3500원이다.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7.32%에서 9.83%로,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율은 2.51%에서 9.83%로 높아졌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넘긴 신세계 주식 가치는 1523억원, 이마트 주식 가치는 1287억원 규모다.

이날 주식 교환으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만,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만을 보유하게 됐다. 사실상 그룹이 두 개 계열로 분리된 것이다.

‘남매 경영’으로 요약되는 그룹의 계열분리는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 임원인사 때부터 예견돼 왔다. 이명희(73)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2009년 부사장에 오른 뒤 6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에는 이제까지 없던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란 조직이 만들어져 사장단 회의까지 따로따로 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금까지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정 총괄사장이 처음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업계에선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으로 신세계 후계 구도가 잡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규모에 있어선 이마트 계열이 신세계 계열보다 훨씬 크다. 매출(2015년 공시 기준) 규모는 이마트가 약 12조8000억원으로 신세계의 2조5000억원보다 5배 이상 크다. 계열사도 이마트가 20여 개, 신세계가 10여 개를 보유했다. 이마트는 신세계조선호텔·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에브리데이리테일(기업형 수퍼마켓)·위드미에프에스(편의점)·신세계L&B(주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또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DF(면세점)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화장품) 등을 거느리고 있다.

규모에선 두 계열이 차이가 있지만 정 총괄사장이 승진과 함께 그룹의 상징인 백화점 부문을 총괄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오빠에게 가려져 있었던 동생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주식 교환에 대해 “지난해 12월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통해 밝힌 각사 책임경영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룹의 후계구도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실제 신세계와 이마트는 이명희 회장이 각각 18.2%씩의 지분으로 서열 1위다. 남매는 주식 교환으로 각각의 부문에서 지배력은 강화됐지만 지분 서열은 기존과 동일하게 2위를 유지한다.

유진투자증권 김지효 연구원은 “부문별로 확실한 경영자가 나타나 각자 책임경영 체제로 갈 수 있어 기업에는 부정적이지 않은 뉴스”라며 “신세계그룹 내 불확실성이 이번 지분 교환을 통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소아·곽재민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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