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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호남 비방 댓글 국정원 직원 모욕죄만 유죄…국정원법 위반 아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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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에 야당 정치인과 호남지역, 여성 비하 댓글을 달아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직원이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21일 모욕죄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유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유씨는 2011년 1~2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진보성향 네티즌인 '망치부인' 이모씨와 그 가족에 대해 48차례에 걸쳐 성적인 비하와 욕설 댓글을 쓴 혐의(모욕죄)를 받았다.

2011년 4·27 재보궐 선거에서 경기 분당을 지역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손학규 후보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해 각각 6차례와 4차례 비방 댓글을 단 혐의(국정원법 위반)도 있었다.

재판부는 유씨의 범죄 사실 중 모욕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본인과 정치적 신념·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이씨와 만 11세에 불과한 딸에게까지 온갖 욕설과 저속하고 외설적인 표현을 동원해 반복적으로 비하하고 모멸감을 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꾸짖었다.

이어 “특히 국민을 보호하는 국정원 직원으로 근무하며 익명의 공간에서 특정 국민을 대상으로 극도의 적대감과 증오심을 공공연히 드러내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씨의 국정원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국정원법상 국정원 직원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재판부는 “유씨가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해 댓글을 게시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점은 있고, 객관적으로 선거 관련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특정인을 당선 또는 낙선시키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를 말하고, 유씨가 선거 기간에 관계없이 해당 정치인에 대해 비슷한 댓글을 단 점을 볼 때 2011년 재보궐 선거와 2012년 대선 시기 즉흥적으로 한 행동일 뿐 계획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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