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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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과외 없는 서구」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과외 열기는 시사주간 르 프왱을 흥분시키고 있다(27일자 중앙일보 9면).
한 지방도시의 여론조사결과 중학교 2학년생의 25%가 과외를 하고 있었다. 고2나 고3은 더 많았다.
방브시의 한 학부모는 어느 수학교사는 자기 반 학생의 75%에게 과외를 한다고 폭로했다.
그 현상은 자녀의 학업부진을 예방하려는 학부모의 우려나 각급 학교 진학에 필수인 수학과목이 유난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전혀 뜻밖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선 각급 학교의 학부모회가 과외공부를 철저히 배격해왔고, 교수들도 낡은 봉건시대의 관습인 「가정교사제도의 잔재」라고 해서 이를 외면했었다.
79년의 한 외지도 「과외 없는 서구, 과 과외의 아주」를 특집한 일도 있다.
81년에는 『왜 유럽에서는 과외가 없는가』란 책이 국내에서 나온 적도 있다.
그때 「프랑스에 과외가 없는 이유」로 제시된 내용이 재미있다.
우선 취직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학교를 나와도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다. 둘째 교육여건이 좋다. 학급당 학생수가 25명 정도니 교사에게서 충분한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셋째 학부모가 학교와 교사를 믿는다. 넷째 학교에선 근본원리나 법칙, 중요한 개념만 철저히 가르치고 잡다한 내용은 피한다. 다섯째 교사의 대우가 좋다. 초등외교관과 같다. 여섯째 엘리트는 중학2학년말에서 추리고,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응시기회를 세 번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최근 새 교육개혁안이 나오면서 과외가 열을 뿜게 됐다.
교육의 질 향상은 국제경쟁상 불가피했다. 실업의 증가도 미래를 어둡게 한다. 사태의 변화는 서구라고 해서 편히 살수 있게 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경우는 두 말 할게 없다. 74년의 한 조사는 동경의 모든 가구가 거의 예외 없이 자녀를 입시준비학원과 교양전문학원에 보내고 있었다.
평균 교육비가 가계비의 21%를 점했다. 그 중 학교 교육비가 59%, 나머지가 각종 과외비였다.
일본이 교육 개혁에 부심 하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일본은 과외를 불법화하지는 않고 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법으로 과외를 금한 나라는 아마 세계에서 우리 나라뿐인 것 같다. 전화과외를 했다고 정학처분 된다거나 그 부모까지 피해를 보는 것도 한국적이다. 엄한 법금보다 제도와 관습의 순화로 사회를 이끌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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