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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세종역 신설” 총선 공약, 대전·충남·충북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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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치권발 KTX 세종역 신설 공약이 충청권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불러왔다.

오송·공주 등 이미 4개 역 위치
“새 역 만들면 기존 역세권 위축”
세종시는 “행정수도 기능에 필요”

19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이해찬(세종) 의원이 당선되면서, 그가 약속한 세종역 신설이 충청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도심 관문역 부재로 KTX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세종시 신도시 주민들은 이 의원의 공약을 반기고 있지만 대전과 충남·충북은 반대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에 세종역 설치를 추진하겠다”며 “BRT(간선급행버스) 환승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면 역에서 세종시내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다. 세종역 신설에는 약 50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이 의원측은 보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2년 전 지방선거 때 세종역 신설을 공약했다. 세종시는 2014년 확정한 ‘2030 도시기본계획’에 세종역 신설 계획을 반영했다. 김정섭 세종시 대중교통팀장은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려면 세종역 신설을 포함한 광역교통망 계획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충청권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대전과 충남·북은 “이미 오송역·공주역·대전역·서대전역 등 KTX 경부·호남선 4개 역이 있는데 세종역이 신설되면 기존 역세권 상권이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KTX 오송역 개통을 주도했던 충북은 “세종역 예정지가 오송역에서 불과 20㎞거리여서, 오송역의 분기역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고근석 충북도 교통물류과장은 “지금도 오송역에서 BRT를 타면 교통신호를 받지 않고 세종시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다”며 “접근성을 이유로 역사를 또 짓는 건 예산낭비”라고 말했다.

충남도 비슷한 입장이다. “호남선 KTX 공주역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데 인접한 곳에 세종역을 새로 건설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공주역은 세종역 예정지와 25㎞ 거리에 있다.

강일권 충남도 도로교통과장은 “세종역이 신설되면 가장 가까운 공주역은 문 닫게 될지도 모른다”며 “오송역과 공주역 사이에 중간역이 생기면 고속철도 운행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대전시 역시 KTX 호남선 개통 이후 침체한 서대전역 살리기에 힘쓰고 있어 세종역 신설에 부정적이다.

한편 세종역 신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대전시의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국립철도박물관 건립도 충청권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모하는 1000억원 규모의 국립철도박물관 건립 사업에는 전국 11개 시·도에서 17개 시·군이 신청했다. 여기에는 대전과 충북 청주·제천이 포함돼 있다. 국토부는 오는 9월 입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더민주 충북도당은 “전국 시·도당이 제출한 20대 총선 공약을 지역공약으로 발표했을 뿐 중앙당 차원에서 당론으로 정한 건 아니다”며 “충북도의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최종권·신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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