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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가 말하는 나의 인생 나의 건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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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백현씨<85·전 서울대 농대 학장>
『분수에 넘치는 것은 욕심내지 않고, 남의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거나 쓸데없이 걱정하는 일을 삼가 왔지요』
성격대로 인생을 조용하게 살아온 조백현 옹(85·전 서울대 농대 학장·학술원 원로 회원)은 『특별한 건강 비결은 없다』며 굳이 사양하다 정신적 건강의 측면을 이렇게 강조했다.
과욕과 번뇌·걱정·불안 등은 건강의 적이므로 가능한 한 이를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그러나 조옹은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기보다는 오히려 건강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인생을 순리대로 살다 보니 그 결과로 비교적 건강하게 장수하게 됐다』고 웃었다.
평생 취미로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카메라를 들고 요즈음도 서울 서초동 꽃마을에 나들이 나가 때마침 활짝 핀 꽃들을 카메라에 담을 정도로 정정한 편.
『작년 10월 3일간 일본을 다녀왔어도 크게 피로한 줄 모르겠더라』고 했다.
일제시대 수원고농(서울대 농대 전신)에서 가르쳤던 일본인 제자 2백여명이 일본 구주태본에서 사은회를 베풀어 고농 출신인 민관식씨 등과 함께 다녀왔다는 것.
『88년이면 미수(88세)인데 때마침 서울 올림픽이 열리는 해라서 서울에 이들 제자들을 불러 미수 잔치(?)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조옹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새벽 5시 30분부터는 집(서울 여의도 시범 아파트) 부근에 있는 고수부지공원에 나가 30분간 산책을 한다. 조옹은 지난 40년 간 아침 산책을 거르지 않고 계속해 왔다.
조옹은 어렸을 때부터 「약질」이어서 환갑이나 넘길지 모르겠다고 집안 어른들이 걱정했는데 큰병 앓지 않고 미수를 바라보게 된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다고 했다.
자신의 건강·장수의 원인을 뚜렷하게 꼬집어 낼 수는 없으나 52년 영국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그곳 교수들이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금연한 것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또 농대 학장·원자력 위원·학술원 회원 등 세속적인 욕심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오늘 할일은 오늘 한다」는 신조로 잡념 없이 평생 학문에 몰두한 점도 건강에 도움이 됐다는 것.
요즈음도 부인(82세)이 차려 주는 잡곡밥 1공기·야채샐러드·김치·미역국 등을 고루 들 정도로 식욕이 좋은 편.
5년 전 공직에서 은퇴한 후 독서·사진 촬영·목공예 등으로 삶의 보람을 찾으며 친지를 만나거나 종친회(평양 조씨)일, 또는 학술원에 들르기 위해 가끔 시내 나들이도 한다.
글 김광섭 기자 사진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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