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3명 동시에 평양行…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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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3명이 29일 방북해 의학·경제학 관련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1월6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7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자 3명이 방북하는 터라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주최측은 이번 일정이 정치적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우베 모라베츠 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행사는 경제 정책과 의학 개발을 주제로 한 것으로, 정치적 성명 등을 발표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행사 주제는 ‘교량(Bridges): 평화와 문화를 향한 대화’다.

방북하는 노벨상 수상자들은 1993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영국의 리처드 로버츠 박사, 2004년 경제학상을 받은 노르웨이의 핀 킨들랜드 박사, 2004년 화학상을 받은 이스라엘의 아론 치에하노베르 박사다. 이들은 29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통해 평양에 도착한 뒤 환영 만찬에 참석할 계획이다. 20일부터 5월1일까지는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와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미래과학자거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시해 대동강변에 건설한 과학자·교육자용 주택단지다. 53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 등이 들어서있으며, 북한이 김 위원장 시대의 대표적인 가시적 성과로 꼽는 곳이다.

이들은 이어 1일부터는 나흘간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경제 정책과 개발·의학 혁명 등에 대해 강연한 뒤 5월6일 평양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한다. 이튿날인 7일엔 방북 결과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 게획이다.

모라베츠 이사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 2년 동안 6번 방북했고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와 논의를 계속해왔다“며 ”북한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들과 북한의 교육기관이 장기적 유대관계를 쌓고 북한의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발했다.

지난해 11월 피터 아그레(200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올해 5월 초 방북할 계획이라며 이 행사의 개요를 밝힌 바 있다.

아그레 교수는 이 행사에 대해 “오스트리아 인사의 기부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아시아의 대학을 방문하는 특별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아그레 교수 본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방북 일정에 참가하지 않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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