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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카카오·삼성SDS 찾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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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호 18면

#1. 정보기술(IT)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2) 사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장외시장 거래 기업의 기업공개(IPO) 소식을 찾아본다. 2014년 장외에서 산 의약품 제조업체 휴메딕스가 코스닥 상장으로 2배 이상의 수익을 낸 뒤 생긴 습관이다. 같은해 10월 1만7000원에 사들인 제주항공도 8개월 후 IPO를 앞두고 4만8500원까지 올라 185% 수익률을 냈다. 김 사장은 “올해도 정기예금에 묻어뒀던 돈의 일부를 장외시장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연초 이후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은둔의 투자 고수’로 불리는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디에스자산운용이 내놓은 펀드가 돋보인다. 올 2월 초에 설정된 ‘디에스 빼어날 수(秀) 펀드’에는 한 달 반 사이 275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수익률은 설정 후 7.8%로 한국형 헤지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 2위다. 이 밖에 지난해 파인밸류자산운용과 타이거자산운용이 선보인 IPO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자금이 꾸준하게 들어온다. 

저금리가 지속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이 장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비상장 주식 투자로 120억원을 손에 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이다. 장외시장에서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기 때문에 ?장외주식?이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장외시장은 한국금융투자협회가 2014년 8월에 문을 연 ‘한국장외시장(이하 K-OTC)’이다. 우량 기업 중심으로 134개 종목(3월 말 기준)이 거래된다. 나머지 종목은 ‘38커뮤니케이션’ ‘프리스닥’ 등 장외주식 사이트를 통해 매매가 이뤄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들어 14일까지 K-OTC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억1425만원으로 1월(3억9022만원)에 비해 57% 증가했다. 김재욱 금투협 K-OTC부 과장은 “지난해 연말 이후 뜸했던 장외시장이 최근 IPO를 준비하는 기업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외 주식시장의 가장 큰 호재는 IPO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기본이고 상장설만 돌아도 돈이 몰린다. K-OTC에선 바이오 신약개발업체인 YD생명과학이 이달 들어 14일까지 약 12억원어치 거래됐다. 이달 전체 거래대금의 20%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중단했던 코스닥시장 입성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2차전지 생산업체 코캄도 거래금액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올들어 30억원어치가 거래 돼 삼성메디슨(76억원)·퀸텀에너지(38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거래대금이 많다.


장외주식 사이트인 프리스닥에서도 화장품 제조업체인 지디케이화장품, 항암제 개발사인 파멥신, 임플란트 업체인 덴티움 등 IPO 이슈가 있는 기업이 인기다. 정인식 프리스닥 대표는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화장품·바이오 업체로 지난해에 이어 투자자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장외주식 투자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SDS와 다음카카오다. 2014년 11월에 상장한 삼성SDS는 16조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릴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증거금 규모로 따지면 2010년 삼성생명(약 19조원)에 이어 역대 2위다. 상장 첫날 주가는 32만7500원으로 공모가(19만원)에서 72.4% 뛰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상장 전인 2014년 초로 돌아가면 삼성SDS는 장외 시장에서 10만원 초반대에 거래됐다. 그러다가 그 해 5월 8일 상장 계획이 발표되자 투자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38커뮤니케이션 등 일부 장외주식 사이트는 접속이 마비됐다. 이날 삼성SDS 주가는 22만원까지 치솟았다. 같은해 5월 카카오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발표하자 연초 장외에서 8만~9만원대에 거래됐던 주가가 단숨에 13만원까지 올랐다. 당시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한 형태로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 카카오는 현재 10만300원(14일 종가기준)에 거래된다.


개인 투자자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이 중 K-OTC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다. 상장주식처럼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비상장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매매 시간도 유가증권 시장과 동일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하지만 거래 종목이 한정돼 있다.


비상장주식신탁은 초고위험군 상품K-OTC에 없는 종목은 38커뮤니케이션 같은 장외주식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이곳에선 매물 정보를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일대일로 매매한다. 매도자가 주식을 매수자의 증권계좌로 이체하면 매수자는 매도자의 은행계좌로 대금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주식을 받은 뒤 대금을 입금하지 않거나 돈을 보냈는데 주식을 받지 못하는 결제 불이행의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또 개인끼리 암암리에 거래를 하다보니 ‘작전’에 휘말려 손실을 입는 사례도 있다. 2008년 방송·통신장비 관련 비상장 벤처회사의 대표가 매출 조작과 허위 공시로 투자자 1만 여명으로부터 약 2500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당시 이 회사 주가는 장외주식 사이트에서 주당 500원에서 2000원까지 올랐다가 사기극이 밝혀진 후 40원까지 폭락했다.


마지막으로 증권사를 통해서도 장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유안타·미래에셋대우·메리츠종금증권 등에서 자산가를 대상으로 IPO가 예정된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신탁 상품을 내놓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부터 1억원까지 상품마다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유안타증권이 2014년에 내놓은 ‘콜럼버스IPO신탁1호’가 있다. 오킨스전자 등 투자 종목이 상장되면서 출시 8개월 만에 140%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성과에 힘입어 콜럼버스IPO신탁은 현재 10호까지 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신탁은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정도로 위험이 큰 투자상품”이라며 “특히 편입한 종목이 상품 만기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수익금 대신 비상장 주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물량 적고 거래세 0.5%도 내야장외 주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유통 물량이다. 물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아무리 뛰더라도 원할 때 주식을 파는 게 어렵다. 그만큼 유통 물량이 늘어나고 정상적인 시장 거래가 가능한 IPO는 장외 주식의 몸값을 올린다. 이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간혹 상장 코앞까지 갔다가 무산되거나 일정이 연기될 수 있어서다. 화장품업체인 네이처리퍼블릭도 지난해 연말 상장을 앞두고 있다가 정운호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IPO가 무산됐다. 지난해 7월 17만원까지 상승한 주가는 현재 6만350원(14일 종가 기준)으로 반토막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울바이오시스·안트로젠 등 상장을 추진했던 20여 개 곳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했다. 공모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모가가 기대치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상장 터널을 지났다 해도 고비는 남아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하락해 투자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SDS 주가가 상장 이후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최근엔 실적부진까지 겹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정 대표는 “그동안 고객의 투자 성과를 보면 평균적으로 상장 첫날 주식을 파는 게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장외주식은 세금 부담도 크다. 비상장 주식을 매매할 때는 거래 금액의 0.5%를 증권거래세로 납부해야 한다. 상장 주식 거래세보다 0.2%포인트 높다. 특히 국내 상장주식을 거래할 때는 물지 않는 양도소득세가 장외 시장에선 붙는다. 대기업 주식을 매각하면 20%, 중소기업 주식엔 10% 세율이 부과된다. 다만 벤처기업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장외주식도 상장 이후 장내에서 팔면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상당수 금융전문가는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에 비해 투자 부담이 크다며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과장은 “장외주식은 기업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렵고 거래량이 많지 않아 환금성이 낮다”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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