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의 두번째 방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백20년째 접어든 한미관계는 원래 불행한 접촉으로 시작됐다. 그것은 제너럴셔먼호의 불법환유와 고종의 조부인 남연군 묘소 도굴사건, 그리고 신미양요가 모두 미국측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그러나 50년대초의 6·25지원과 60년대 중반의 「존슨」 시대에 이어 지금 한미관계는 이렇다할 현안이나 불편이 없을정도의 좋은 상태를 맞고 있다.
이번 전대통령의 미국방문은 양국관계에 어떤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양국간의 지의를 거듭 강화할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한미협력관계에서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안보문제다.
지금 동북아의 군사정세는 일반적인 세계정세와는 달리 불온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소련 극동군사력의 계속된 증강과 북괴군의 갑작스런 남진배치가 그것이다.
이같은 역균형을 바로잡을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엔 없다.
그러나 한반도의 안전보장 이 이지역에서의 미국우위 확보에 절대적인 선결요건이며 그것을 우리가 떠맡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미군 4만명이 주둔하고 있지만 한국은 상당한 규모의 주둔비를 부담하고있고 미국산 군사장비를 대량으로 구임함으로써 미국의 제정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매년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2억달러의 군사판매차관 (FMS) 은 이자율이 금고 상환조건도 우리에게 불리하게 돼있다.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는 입장에 있는 한국에 대한 차관조건이 비공산 아랍진영과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의 그것보다 훨씬 부담스럼다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떳떳지 못한 일임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전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본격적인 남북대화를 앞두고 실현된다는 점에도 의미를 찾을수 있다.
최근들어 계속돼온 한-중공관계의 발전적인 변화와 함께 5월부터 재개되는 남북대화는 우리의 방북정책에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될수도 있다.
이같은 문제들은 워싱턴-북경의 관계로부터 중요한 영향을 받지않을수 없기 때문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거는 우리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그러나 가장 예민한것은 경제문제다. 그것은 미국이 한국에대한 무역역조를 시정키위해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데서 제기되고있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제품과 컬러TV 섬유류등 우리의 주요 대미수출품에 대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한미간에도 이미 무역전쟁은 시작됐다.
미행정부는 말로는 보호주의를 배격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속 그것을 강화해 왔다.
그것은 대공황이후 영국이 교역과 통화의 자유원칙을 포기함으로써 야기된 세계적인 혼란과 대전을 상기케 한다는 점에서 우려치 않을수 없다.
미국은 정책입안시 특히 한국의 특수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해야한다.
더 말할것도 없이 한국은 자유세졔의 최전방에서 과중한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다. 우리의 방위비는 GNP의 6%이며 전체 예산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외채는 4백30억달러로서 전체 GNP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우리에 대한 시장개방과 경제협력 지원의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져야 한다.그것은 결국 미국의 세계전략에도 중요한 이익이 될것이다.
세번째가 되는 이번 전두환-「레이건」 회담에서는 재조명이 요구되는 이상의 한미간의 보안협력, 비방정책, 경제문제가 충분히 논의되어 타결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