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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600마리 잔혹하게 죽인 50대 집행유예 처벌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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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600마리를 잔혹하게 죽인 동물 학대범에게 법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하자 동물단체들이 형이 너무 가볍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창원지법 형사2단독 박정훈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부산·경남 일대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닭고기 등을 미끼로 넣은 포획틀로 길고양이를 잡아 죽인 뒤 이른바 ‘나비탕’ 판매업자에게 마리당 1만5000원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나비탕은 관절염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동안 음성적으로 판매돼 왔다.

그러나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길고양이를 잡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도살하는 등 수법이 매우 잔인하고, 이로 인해 죽은 고양이가 무려 600마리가 넘는다”며 “그런데도 동종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재판과정에 A씨에게 법정최고형을 요구하며 2만3000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창원지법 앞에서 11·12일 집회를 연데 이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길고양이를 포획하거나 판매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박 판사는 “그동안 동물학대범에게 벌금형만 선고가 됐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라며 “가볍게 처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학대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형을 더 높여 선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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