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달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중국 호텔서 공격당한 여성 동영상 20억번 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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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웨이보]

중국의 한 호텔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공격을 당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중국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여성이 명백히 위급하다는 사실을 알리며 저항하고 주위에 도움을 청했는데도 직원과 다른 손님들이 그냥 방관하고 지나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20억번 넘게 조회됐다.

지난 3일 밤 베이징 이텔(중국명 허이)호텔의 복도에서 한 여성이 남성에게 공격당했다. 이 장면은 호텔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공격을 받았던 여성은 "호텔 복도에서 모르는 남자가 다가와 방 번호를 묻길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방 번호는 왜 묻느냐'고 답했더니 내 목을 조르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호텔 복도를 끌고 다녔다"고 진술했다.

그는 "호텔 직원과 다른 많은 손님들이 이를 보고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한 손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자리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공격받은 여성은 완완이라는 아이디(ID)로 해당 동영상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20억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호텔에 예약을 했다가 일부 투숙객들은 동영상을 본 뒤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해당 동영상에 찍힌 문제의 20대 남성은 허베이에서 지난 7일밤 체포됐다고 중국 CCTV가 8일 보도했다.
문제는 주변에서 버젓히 폭력사태가 발생해도 이에 끼어들지 않으려는 관행이었다. 호텔 직원은 "남녀 커플 간 말다툼으로 여겨 끼어들지 않았다"고 말해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초했다.

이 여성은 심지어 호텔 측으로부터 회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중국 언론에 "호텔 측이 나에게 동영상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며 돈을 주겠다고 했다"면서 "내가 원하는 건 보상금이 아니라 왜 내가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 알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해당 호텔의 모회사인 홈인스는 사장 이하 임원들이 "안전 관리와 고객 서비스가 불충분했다"며 여성에게 사과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같은 현실을 만화로 그려 풍자하기도 했다. "호텔에서 괴한에게 위협받으면 주위에 있는 도자기를 깨든 물건을 부수어라. 그래야 호텔 직원이 나와서 도와준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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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했을 때 물건을 부수어야 비로소 직원이 달려올 것이라는 내용의 풍자만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상에는 폭력이나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돕지 않는 중국 사회의 관행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두 살 여자아이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는데도 이를 본 18명이 도움을 주지 않아 여아가 결국 숨진 일이 있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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