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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목, 집념의 올드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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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명승부의 짜릿함뿐이 아니다. 그 안에 인생의 교훈이 있고 좌절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가 있다. 그리고 노력형 거북이가 천재형 토끼보다 먼저 피니시라인을 넘어서는 '땀의 진실'이 있다.

한화 오른손 투수 이상목(32)에게 지난 8일은 자신의 두번째 생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구단으로부터 "감독 추천선수로 올스타에 선발됐다"는 말을 전해듣고 그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울컥 솟구치는 것 같았다.

지난 13년간 구경만 해왔던 '한여름 밤의 꿈'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설렘에 고개를 두어번 흔들어봤다. '그저 그런 선수'의 딱지를 떼고 손꼽히는 스타로 인정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 다른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다.

입단 14시즌 만에 첫 올스타 선발-. 프로야구 '늦깎이 스타' 신기록이다. 이전까지는 김광림(은퇴).이종렬(LG).김민재(SK) 등이 12시즌째 올스타에 선발된 것이 가장 늦은 기록이었다.

이상목은 1990년 대구 성광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했다. 삼성에서 3년간 단 1승도 못 올렸다. 어깨와 손목힘이 좋아 씩씩하게 공을 던져댔지만 기라성 같은 프로 선배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1993년 빙그레(한화의 전신)로 트레이드됐다. 빙그레로 옮기고나서는 등판 기회가 생겼다. 94년 5승을 올리며 눈도장을 받았다.

95년부터 붙박이 1군이 됐지만 송진우.정민철.한용덕.구대성 등 내로라하는 투수들이 버틴 한화에서 그는 좀처럼 세 손가락 안에 끼이지 못했다. 늘 4,5선발이었다. 그래서 올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상목은 딱 한번 폼나게 시즌을 치렀다. 99년 한화가 한국시리즈를 우승할 당시 그는 14승8패로 프로 입단 이후 처음으로 두자리 승수를 올렸다. 그러나 그것도 일장춘몽이었다. 2000년에는 오른쪽 어깨 경관절 부상으로 꼭 한 경기에 나갔고 2001년 재기했지만 2002년 다시 부상으로 시름시름 앓았다.

올 시즌 다시 재기한 이상목은 또 한번 '폼나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 벌써 9승. 그리고 올스타. 황혼기에 맞이한 두번째 전성기. 후배들에게 '평범도 갈고 닦으면 비범이 된다'는 교훈을 전한 것 같아 가슴도 뿌듯하다. 그는 이 꿈을 계속 꾸고 싶다.

한편 9일 예정됐던 네경기(잠실.대전.광주.수원)는 비로 모두 취소돼 10일 오후 3시부터 더블헤더로 열린다.

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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