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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100석이야 넘겠지”…도와달라 빗발쳐도 미소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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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6일 점심 공양을 위해 전남 강진 흙집에서 백련사로 내려오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김성식(국민의당 서울 관악갑)도 어렵다며?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아산을)은….”

총선 변수의 인물<3> 손학규
“반문재인 정서 잠재울 카드”
호남 더민주 후보들이 더 요청
흙집 인근 백련사로도 전화 와

지난 4일 전남 강진군 만덕산(萬德山) 자락 흙집을 찾아 인사를 건넸더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오히려 기자에게 국민의당과 더민주로 흩어져 출마한 가까운 사람들의 선거 전망을 물었다.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안 오니….”

벚꽃이 만개한 만덕산 주변은 읍내를 어지럽힌 선거 분위기와는 딴 세상이었지만 손 전 대표를 찾는 조용한 발길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손 전 대표는 더민주 광주 북을 후보 경선에서 친노무현계 이형석 후보에게 밀려난 이남재 전 대표실 부실장을 차 한 잔으로 위로하는 중이었다. 대화 중에도 손 전 대표의 휴대전화는 수시로 깜박였다. 빗발치는 지원 요청이었다. 손 전 대표의 은퇴 생활을 거들고 있는 윤명국 전 보좌관의 전화기도 불이 났다.

윤 전 보좌관은 “‘지나가는 길에 꼭 한번 들러 달라’는 요청이 40~50곳에서 오고 있다. 더민주·국민의당, 수도권·호남을 가리지 않지만 최근엔 호남 지역 더민주 후보들 전화가 많다”고 귀띔했다. 손 전 대표가 점심 공양을 위해 매일 들르는 백련사 종무소에까지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 온다고 한다. 더민주 호남 후보들이 손 전 대표를 호남 전역에 팽배한 ‘반(反)문재인’ 정서를 잠재울 카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연스레 대화 주제는 호남 민심으로 흘렀지만 손 전 대표는 주로 듣기만 했다.

더민주가 반문재인 정서 때문에 고전 중인데.
“선거가 아직 많이 남지 않았나….”
문 전 대표는 현재 의석수(승패 기준으로 삼은 107석)에 미달하면 다 내려놓는다고 한다.
“그럴 일이 있겠나…. 100석이야 넘겠지.”
대선에서 패한 뒤 치른 2008년 18대 총선과 비슷한 수준(81석)이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때랑 상황이 달라요. 그땐 완전히….”

연초부터 손 전 대표 주변에선 4·13 총선을 계기로 정계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미소와 덕담으로 일관했다. “도와달라”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의 요청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당에서 경선에 도전하거나 공천을 받은 측근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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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찾은 곳은 지난달 30일 더민주 이찬열(수원갑) 후보와 김병욱(성남 분당을) 후보 사무실이었다. 2009년 10월 강원도 춘천 에 칩거하던 손 전 대표는 수원갑(옛 수원장안) 보궐선거 출마 요청이 잇따르자 “인지도 있는 사람을 무조건 공천하고 보자는 식은 안 된다”며 이찬열 의원을 대신 당선시켰다. 수도권 득표력을 입증한 그는 1년 뒤 당 대표로 선출됐다. 분당을은 2011년 4월 재·보선 때 직접 출마해 당선했던 곳이다.

한 측근은 “경선 과정에서 수족들이 잘려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차에 자신에게 기회를 준 땅을 지날 일이 생겼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 이상 후보 지원에 나서진 않을 분위기다. 손 전 대표 주변의 한 원로 인사는 “야권 분열에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은퇴를 번복할 만한 명분이 있는 상황으로 여기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지인들의 우려대로 선거가 끝나면 손 전 대표가 스스로 정치에 발을 들이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야권 전체를 아우를 리더십이 없어 언제든 ‘손학규 구원투수론’은 제기될 수 있다. 야권이 대패한다면 그 시기는 일러질 수도 있다. 만덕산에 다시 봄이 왔듯이.

강진=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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