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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 부르고 갈라 디너 열고, 호텔가 '미쉐린' 별 따기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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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가 뭐길래

“외국인·한국인 함께 오면 주의” 지침
심사 앞두고 식재료와 서비스 재점검
“별 못 따면 책임 묻겠다” 압박 소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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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성서’라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편이 올 연말 발간된다. 사진은 2012~2016년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스위스·프랑스·독일·스페인&포르투갈·일본 편. [사진 김경록 기자]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오면 눈여겨봐라.” 최근 호텔·외식업계에 내려진 지침이다.

지난달 10일 ‘미식가의 성서’로 불리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2017 서울편’이 연내 발간을 발표됐기 때문이다. 신분을 감춘 평가원이 서울 시내 식당을 다니며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별해서 별 1~3개를 준 빨간색 표지의 ‘레드 가이드’를 만들어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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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으로 외식업계는 분주하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열린 ‘미쉐린 가이드 2017 서울편’ 발간 기자간담회. [사진 미쉐린코리아]

미쉐린 가이드 발간이 확정된 후 각 호텔은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일부 호텔에서는 “미쉐린 가이드에 호텔 내 식당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경우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은 지금 전쟁터다. 어느 호텔도 미쉐린 가이드 발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르스와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뜸했던 갈라 디너(Gala Dinner)가 올해 들어 대폭 늘어난 것도 미쉐린 가이드 발간과 무관하지 않다. 갈라 디너는 주로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유명 레스토랑 셰프를 초청해 정찬 코스요리를 잘 어울리는 술과 함께 내는 만찬이다. 1인 식사 비용은 셰프 인지도와 요리 가짓수, 술의 종류에 따라 20만~50만원대에서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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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가 오는 13일 개최하는 갈라 디너 메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서울신라호텔·서울웨스틴조선호텔·롯데호텔서울은 일식·이탈리안·중식당에서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딴 외국 유명 셰프를 초청해 갈라 디너를 열었다. 이달에도 갈라 디너는 계속된다. 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는 오는 13일부터 3일간 홍콩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앰버’의 총괄 셰프 리차드 이케부스를 초청해 한국 식재료로 만든 프렌치 요리를 선보인다. 더 플라자 중식당 도원도 19일부터 3일간 미쉐린 가이드 홍콩의 3스타 셰프인 엘린 렁을 초청한 갈라 디너를 연다.

미쉐린 스타 셰프 초청이 한두 달 안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쉐린 가이드 발간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한 지난해 중반부터 준비된 행사로 볼 수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은 2011년 일반 여행·관광 안내서인 ‘그린 가이드’ 발간 이후 업계에서 꾸준히 회자돼 왔지만, 구체적인 시기가 거론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중반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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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라자 중식당 ‘도원’의 갈라 디너 메뉴.

미쉐린 스타 셰프를 초청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이 아닌 인지도 상승이다. 갈라 디너를 위해서는 수천만원의 스타 셰프 초청비와 체류비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은 거의 없다. 한 호텔 관계자는 “미쉐린 가이드 심사를 앞두고 인지도 상승을 노린 행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호텔은 식재료와 직원 서비스 재점검도 시작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변함없는 일관성 등 5가지를 기준으로 심사한다. 안주연 서울웨스틴조선호텔 홍보 파트장은 “유명 셰프일수록 식재료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식음료 담당과 구매팀이 나서 이전보다 더 좋은 식재료 수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최상의 식재료를, 가장 빨리 선보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소속 외식업체들도 미쉐린 가이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각 기업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 심사위원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하지만 평가 자체가 비밀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심사위원 접촉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쉐린 가이드가 각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윤문엽 더 플라자 홍보파트장은 “지금까지 서울은 홍콩·싱가포르·도쿄 등 다른 아시아 도시에 비해 음식 관련 콘텐트가 많지 않았다”며 “미쉐린 가이드 발간이 미식 관련 콘텐트 활성화를 이끌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되고, 이는 다시 관광산업과 호텔업계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 셰프 탄생에 대한 기대도 높다. 안주연 파트장은 “세계적으로 인정한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받으면 한국 셰프도 외국 레스토랑에 초청비를 받고 대접을 받으며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맛집 탐방을 즐기는 미식가들 사이에도 미쉐린 가이드 발간은 이슈가 되고 있다. 평소 친구들과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직장인 정재화(38)씨는 “미쉐린 가이드가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맛집 평가서인 만큼 궁금하고 기대된다”며 “셰프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다녔는데 이곳들이 과연 미쉐린 가이드의 레스토랑과 일치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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