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민…엄청난대미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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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루다까」의 영향이요? 글쎄요…유럽쪽에는 바람이 센모양입니다만 일본에는 산들바람이 부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큰 영향이 없읍니다』달러화 강세가 일본경제에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본 대장생 국제금융국의 한 관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도루다까」란 달러고, 즉달러화강세를 뜻한다.
엔화강세는「엔다까」(엔고)다.
달러에 대한 엔화의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84년1월 달러당 2백33엔30전하던 엔화시세가 지금은 2백60엔이다.
10%정도평가절하된 셈이다.
1년전 동경의 전가제품시장 아끼하바라(추섭원)에서 1백달러를 주어야 살수있던 스테레오 카세트를 90달러면살수 있다는 얘기다.
호텔값·택시비도 달러를 주머니에 넣고 온 미국인들에게는 10%씩이 싸졌다.
값싼 관광과 쇼핑을 위해 일본을 찾는 미국인들이 늘였음직도 한 일이다.
법무성 집계에 따르면 84년중 일본입국자의 총수는 2백3만6천명으로 83년의 1백90만명에 비해 6%가 늘은데 비해 그중 미국인의 수는 83년의 40만명에서 84년에는 43만7천명으로 9%가늘였다.
오오꾸라호텔 영업기획과의 「다께다」(무전상일)씨도평소 전체 고객수의 35%정도를 차지하던 미국인이 작년 후반부터 눈에 띄게 늘어 지금은 40∼5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다께다」씨는 이들이 대부분 비즈니스맨으로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미국인투숙객이 느는 것은 「도루다까」때문이 아니라 일본에 대한미국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진것을 반영한것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사실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10% 평가절하 됐다지만 같은 기간중에 영국의 파운드는 23.9%, 스위스프랑은22.2%, 독일의 마르크는18.5%, 프랑스의 프랑은 17.8%가 각각 평가절하됐다.
달러의 위력이 일본에서보다는 구주지역에서 더욱 막강해졌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서는 평가가 절하되고 있지만 구주각국통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평가절상이 되고있다.
84년 1월6일 뉴욕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당 3백27엔27전이던 엔화의 대파운드환율이 지난14일에는 2백81엔73전이 됐고 82엔57전이던 대마르크 환율이 77엔11전, 1백3엔94전하던 대스위스프랑환율이 90엔42전, 그리고 프랑스 프랑에 대해서도 프랑당 27엔8전에서 25엔 23전으로 엔화시세가 올랐다.
미국인들이 일본에 오기전에 일본인들이 미국인들의 뒤를 따라 구주에서 쇼핑과 관광을 즐길수 있게 돼 있는것이다.
일본은 「도루다까」를 다른측면에서 걱정스럽게 보고있다.
가장 심각한 것이 대미수출증가로 인한 무역마찰의 증폭이다.
84년도 일본의 총수출액은 1천7백1억달러로 전년대비 15.8%가는데 대해 대미수출액은 5백99억달러로 39.9%가 늘었다.
같은해 총수입액은 1천3백65억달러로 전년대비 8%증가에 대해 대미수입액은 2백68억달러로 9% 증가에 그쳤다.
이때문에 84년도 무역흑자 4백43억달러의 77%에 해당하는 3백30억달러가 대미거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 미국내의 대일감정을 「개전전야의 험악한상태」(대내좌무낭전외상발언)로 몰고가고 있다.
무역적자국의 통화가 무역흑자국의 통화보다 강세를 보이는 비밀은 일본이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돈 이상의 자본을 금리가 비싼 미국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미 장기자본 투자액은 84년에 4백98억달러로경상수지 흑자 3백50억달러외에도 1백48억달러를 더얹어 미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85년에는 투자액이 1백억달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자본유출로 엔화시세는 더욱 약화, 달러당2백70엔수준으로까지 떨어지리란 분석도나오고 있다.
결국 미국은 고리로 빚을얻어 구주에서 쇼핑과 관광을 즐기고 일본은 평가절하로 수출을 더욱 늘려 재미를 보게되는 셈이다.
달러의 위력이 일본의 시각에서는 허상으로 비치고 있다고 할수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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