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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빈집' 넘쳐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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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새 아파트에 빈집이 넘쳐난다. 거래가 거의 끊기면서 집이 팔리지 않는 데다 기존 전셋집을 빼지 못해 이사하지 못하고, 그나마 전세를 놓아도 찾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많은 수도권 입주단지에는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려고 했으나 전세가 안 나가 제때 잔금을 못내는 바람에 연 12~17%에 달하는 연체이자를 무는 사람도 많다.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전세 급매물이 급증하면서 전셋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39% 떨어져 하락률로는 올들어 가장 높다. 서울은 13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성우5차 아파트는 업체가 지정한 한 달간의 입주기간이 지난달 30일로 끝났으나 9일 현재 입주한 가구는 90여가구로 전체 3백10가구의 30%에 머물고 있다. 역시 업체 지정 입주기간이 지난달 26일로 끝난 상현동 LG자이도 입주율이 52%에 그치고 있다.

LG건설 관계자는 "전체 1천34가구 중 잔금을 내지 못해 연체이자(연12%)를 무는 가구도 30%에 이른다"고 말했다.

용인시 B공인 方모(42)사장은 "성우 5차의 경우 중도금 무이자 제도를 실시해 계약금만 치르고 투자용으로 분양받은 사람이 많아 입주율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우 5차 44.51평형 전셋값은 1억~1억2천만원이나 열흘 이내에 입주 할 경우 9천5백만원에 구할 수 있다고 인근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성남시 분당구 주상복합아파트 아이파크의 경우 입주 기간이 오는 15일로 끝나지만 9일 현재 잔금 납입률은 60%선에 그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1천71가구의 대단지인 점을 감안해 입주기간을 한 달 보름으로 잡았는 데도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가구가 예상보다 많다"며 "전세시장 위축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시 죽전 현대홈타운 3차 2단지도 입주기간(4월 15일~5월 14일)이 끝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입주율은 86.9% 수준이다.

양평군 공흥리 주공 5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 입주기간이 지난달 27일로 끝났으나 입주를 하지 못한 가구는 30%에 달한다.

주택공사 곽윤상 임대부장은 "예년의 입주기간 미입주율 20%에 비해선 10%포인트 정도 높다"며 "임대아파트 분양자들이 기존 전세를 못 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말까지 2천7백여가구가 입주하는 고양시 대화지구의 경우 전체의 20%가 전세 매물로 나온 것으로 중개업자들은 추정한다.

인근에서 중개업을 하는 김철헌씨는 "입주할 여건이 못되는 사람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로 급히 내놓고 있다"며 "최근엔 양우 34평형이 시세보다 1천만원 싼 9천5백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서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자이는 입주기한(5월 28일)이 한달 보름 가량 지났으나 입주율은 70% 정도다. 동부이촌동 서울부동산 관계자는 "외국인 임대를 노리고 투자용으로 분양권을 산 사람들이 많지만 요즘 외국인 임대가 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여름방학 기간엔 전세시장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도 입주량이 많아 전세매물 적체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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