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산책] '누드는 30초만' 100년 역사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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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근처에는 장장 한세기 동안 포르노 숍과 스트립쇼 클럽들이 우글거리며 '누드'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공존해왔다.

적어도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삶의 질 향상을 외치며 이들을 퇴출시키기까지는 말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브로드웨이에서는 '벌레스크(Burlesque) 쇼'가 성행했다. '벌레스크 쇼'는 고급 클럽에서 미모의 여배우가 나와 옷을 하나씩 벗으며 노래를 부르는 쇼를 지칭한다.

예나 지금이나 누드는 관객들의 주목을 쉽게 끈다. 현재 공연 중인 '집시'는 벌레스크 시대의 스트립 쇼를 7분에 걸쳐 재현했다. 올해 토니상 연극 작품상을 받은 '테이크 미 아웃(Take Me Out)'은 메이저리그의 한 야구선수가 게이 선언을 하는 내용으로, 몸매 좋은 남자 배우들이 완전 누드로 샤워 장면을 연기한다.

2000년에 공연된 뮤지컬 '풀 몬티'에서도 남성 스트리퍼들이 말 그대로 홀딱 벗었다. 1989년까지 16년 동안 공연된 뮤지컬 '오! 캘커타'가 아직도 최장 공연 순위 5위에 등재되어 있는 것도 남녀배우들의 올누드 연기 덕분이었다.

하지만 노출은 극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함정이 있기 때문에 이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연출이 필수다.

'집시'에서 여배우가 가슴을 노출하지만 정작 무대장치를 활용해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풀 몬티'에서는 눈부신 역광 조명을 사용해 벗은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등 절묘한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 '시카고'에서 리처드 기어가 순식간에 바지를 벗는다거나 '헤어 스프레이'의 흑인 여자 경찰관이 갑자기 솔 디바로 바뀌듯 특수 복장을 이용한 빠른 스트립으로 극을 코믹하게 만들기도 한다.

불가피한 누드 장면이라면 보통 '30초 공식'을 따른다.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캐릭터를 강렬하게 부각하는 최적의 시간이 30초라는 암묵적인 약속이다. 이러한 노출 방식은 1백년 넘는 역사 동안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가족 중심으로 발달해 오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으려는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www.nyl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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