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처방 급해진 수출「부진」|환율 손대면 물가상승은 불가피달러화 연동방식 개선주장 대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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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수지의 악화조짐이 심상치 않자 환율문제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사실 울리고 안올리고를 떠나 국제수지를 늘 걱정해 오면서 환율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환율을 울릴경우 비록 단기적인 효과라 하더라도 수출이 늘고 수입은 억제되게마련이다.
국제수지가 나빠지면 으례 대두되는 대표적인정책 수단이다.
그런데도 여태껏 엄두를 못냈던 것은 환율인상에 따른 즉각적인 물가상승 압력때문이었다.
수입원자재 특히 석유값을당장 올려야하는 일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물가안정을 지상과제로 삼아왔던만큼「인상」을 뜻하는 환율문제거론은 일종의 금기사항으로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환율이야기가 나오고 있는것은 예상치 못했던 달러화의강세가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수출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는 주요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작년 한햇동안 영국파운드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16.6%나 떨어진 것(평가절상) 을 비롯해 마르크화가 9.5%, 프랑화가 9.7%씩 각각 떨어졌다.
그만큼 우리상품의 수출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대유럽수출이 줄것은 당연하다.
작년의 대유럽수출은 1·4분기에는 24%(전년동기비)나 늘었던 것이 하반기에는오히려 2%가 줄어들었다.
금년 1월의 경우는 더 심해져 영국수출은 52%, 서독수출은 43%씩의 대폭적인 감소를 보였다.
대체 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달러값이 올라서 다른나라 돈가치가 떨어질때 우리나라 돈가치도 같이떨어지면 이같은 문제가 생길리없다.
문제는 그러지 못한데서 생겨난것이다. 예컨대 달러화의강세에 따라 서독의 마르크화는 10%가 평가절하되였는데 우리나라 원화는 5%가량밖에 절하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지금까끼의 환율결정은 80년초에 정한 소위 복합바스킷에다 정책의지를 가미하는방식을택해왔었다.
우선 환율을 계산해내는 방식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기준시점이 오려되었을 때문만아니라 최근처럼 달러화의 이상강세현상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고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입장에서환율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하는쪽으로 정책을 써왔다.
물가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삼아왔던만큼 될수록 덜 올리자는 쪽이었다.
최근의 상황은 물가안정보다 국제수지방어가 더 화급한 당면 과제로 다가서자정부도 더 이상 환율정책을외면할수만은 없게된 것이다.
KDI의 김인철박사도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현행 우리나라 환율산정방식이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원화가 너무 달러화가치에 연동되는 방식을 바꿔 원화의지나친 고평가를 고쳐나가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될경우 대미달러환율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는것은 불가피하겠지만 파운드화나 엔화등 다른나라 통화에대한 환율도 함께 올릴수있게된다.
지금처럼 달러화만 오르고 다른통화는 떨어지는 현상을 시정할수있다는 것이다.
환율산정방식의 이같은 변경은 결국 환율의 전반적인인상효과로 나타나게 될테고 따라서 국제수지는 상당한도움을 받게 될것이다.
특히 단순한 수출량의 감소문제가아니라 시장자체를 잃어가고있는 대유럽수출의 경우는매우 다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환율인상에 따른 역작용 또한 간단치 않다.
4백30억달러의 외채를 끌어쓰고 있는 입장이니 인상폭만큼 앉아서 상환부담이 늘어난다.
연간 70억달러가량의원리금상환을 감당해야하는처지이므로 환율을 5%만 올린다해도 앉아서 3억5천만달러상당의 빚부담이 추가로생겨난다.
수출에 고전하면서도 기엄족이 선뜻 말을 못꺼내는것도 그래서다.
또 수입억제면에서는 전체수입의 30%가량이 수출용 원자재인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면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물은역시 물가문제다. 물가가 어느정도 오르는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환지금의 환율에손을 대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물가가 대내적인 안정의 바로미터라면 국제수지는 대외적인 안정의 바로미터다.
어느쪽에 역점을 두느냐는정책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래서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수 없다는것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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