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생명 윤리법' 가이드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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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인간 복제는 금지되고, 체세포 배아 복제는 연구용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이런 내용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골격이 드러났다. 이 법은 앞으로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올라간다. 이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체세포 배아 복제, 이종간 교잡, 유전자 치료 등과 관련 법적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게 됐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인간 복제의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 인간 복제를 할 목적으로 배아나 태아, 살아 있는 사람, 뇌사자, 죽은 사람 등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 배아를 만들거나, 그것을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사람과 동물의 배아를 서로 융합하는 것도 못하게 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인간 복제 가능성 탓에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됐던 체세포 배아 복제의 경우 연구용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법률안이 마련됐다. 희귀 난치병 치료 등에 체세포 배아복제 기술이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커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생명윤리법 시안과 종교계 등에서는 이를 일절 금지하는 쪽으로 기울었었다. 체세포 배아 복제의 경우 세계 최초의 복제동물인 '돌리'를 탄생시키는 데 사용됐다.

앞으로 돼지에서 인간 장기를 생산하거나, 치료용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하는 데 체세포 배아 복제는 필수적인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체세포 배아 복제는 속이 빈 난자에 정자가 아닌 피부나 귓불 등 몸 세포를 집어넣어 만든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고 난 뒤 남는 배아의 관리와 이용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연구 목적 등에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배아 제공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보건복지부에 배아연구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법률안은 유전자 검사와 치료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특별히 인정한 유전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만 할 수 있다. 머리가 좋은지 안 좋은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지 등을 알기 위해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유전자 치료의 경우 암 등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에 대해서만 시술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아나 태아 등에는 그같은 시술을 하지 못하게 했다.

특히 유전 정보를 이용해 취업이나 보험 등에 불이익을 줘서는 안되는 규정도 들어 있다. 열등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취업 때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듯이 유전자검사표를 제출하도록 강요하지도 못하게 했다.

서울대 수의과대 황우석 교수는 "이번 법률안엔 생명공학계와 종교계 등의 입장을 골고루 반영됐다"며 "인간의 존엄성도 지키고 과학기술이 인류의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아=신체를 이루고 있는 2백20여가지의 세포로 자랄 수 있는 세포.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거나,체세포 복제를 하는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세포는 2의 배수로 분열하는 데 8세포기는 수정 뒤 2~3일, 배반포기는 4~5일 걸린다.

동물마다 배반포기에 이르는 기간이 다른데 소는 7일 정도 걸린다. 배반포기는 시험관에서 키울 수 있는 한계이며, 자궁에 착상하기 바로 직전의 배아를 말한다. 배반포기의 세포는 1백~1백20개에 이른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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