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삼둥이’ 낳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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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지리산에서 태어난 반달가슴곰 세쌍둥이가 쓰러진 나무줄기 주위에서 노는 모습이 무인카메라에 찍혔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난겨울 지리산에서 세쌍둥이를 포함해 반달가슴곰 5마리가 태어났다.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된 이후 세쌍둥이가 태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리산에서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모두 44마리다.

2004년 방사 후 세쌍둥이는 처음
겨울 5마리 태어나 총 44마리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은 “러시아에서 들여와 2007년 방사한 암컷(RF-23)이 바위굴에서 동면하던 중 새끼 3마리를 출산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3일 발표했다. 서울대공원에서 들여와 RF-23과 같은 해에 방사한 암컷 곰(KF-27)도 나뭇잎 등을 모아 둥지 형태로 만든 보금자리(탱이)에서 동면 중 수컷 2마리를 출산했다. 이들 어미곰의 출산은 이번이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다.

공단은 새끼 등 새로운 개체가 발견되면 마취를 하고 성별이나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유전자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한다. 하지만 세쌍둥이는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바위굴에서 현재 동면 중이다. 이 때문에 공단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성별 검사 등을 아직 하지 않았다. 세쌍둥이의 출산은 새끼곰의 울음소리가 나는 바위굴 주변에 설치된 무인카메라로 포착됐다.

반달가슴곰은 6~8월에 교미를 하고 겨울이 오면 동면에 들어가 동면 중인 이듬해 1~2월에 새끼를 한두 마리 낳는다. 지리산에선 첫 번째 출산이 이뤄진 2009년 이래로 새끼곰이 매해 2∼8마리씩 태어났다. 그간 모두 30마리가 태어났는데 이 중 4마리는 탈진 등으로 자연사했고, 한 마리는 다치는 바람에 공단이 자연학습장에서 보호 중이다.

공단 송동주 종복원기술원장은 “야생에서 한 번에 새끼 3마리가 태어난 것은 지리산국립공원의 자연생태계가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기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은 매해 4월 중순 동면에서 깨어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구간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공단은 반달가슴곰이 곧 동면에서 깨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탐방객이 법정 탐방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샛길 출입을 자제하도록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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