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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핵기술 연구소는 암 진단·치료약 개발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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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14면

옛 동독 지역은 하이테크 연구혁신(R&I)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옛 서독 지역보다 뒤떨어지는 경제력을 하이테크 분야의 R&I 집중투자를 통해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테크 개발을 통해 일종의 독일판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국가 기관을 지역으로 무리하게 분산·이전해 콩고물이 떨어지게 하는 방식보다 국가의 R&I 투자를 동독 지역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국가경제 전반을 끌어올리면서 지역 격차도 함께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런 모습은 인구 50만으로 동독 지역 제2도시인 드레스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달 10일 만난 드레스덴 공과대학의 한스 뮐러슈타인하겐 총장은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미래를 이끌 최고의 하이테크를 개발하는 게 우리 대학의 모토”라고 말했다. 대학 연구정책의 중심을 미래 지향적인 첨단 과제가 맡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야만 하이테크가 지역에 확산돼 새로운 고도기술 산업이 발달하고 젊은이들이 과감하게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이 지역 경제계에 하이테크를 이전하기 위한 ‘종합도구상자(Tool Kit)’를 자임한 셈이다.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의 신연방주(옛 동독 지역을 가리키는 공식 행정용어) 혁신 이니셔티브 담당인 크리스토프 바네크 박사는 “독일 경쟁력의 원천은 R&I 투자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에 있다”며 “과학기술 투자는 산업 경쟁력은 물론 지역의 경쟁력도 높여 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연구부는 ‘기업 지역(Unternehmen Region)’이라는 산학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만 1억5900만 유로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동독 지역의 산학연 프로그램에만 지원된다. 동독 지역이 경제적으로 자활하고 서독과 동등해지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학·경제 역량의 구축과 확대가 목적이다.


독일은 1990년 통독 뒤 대학-연구소-산업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산업특화 클러스터’를 각 지역에 조성해왔다. 이를 통해 특히 동독 지역의 연구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R&I를 통해 동독 지역의 경제 개발을 위한 원동력을 길러주자는 의도다.


지난달 10일 찾은 작센주 드레스덴의 헬름홀츠 로센도르프 센터(HZDR)가 동독 지역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HZDR은 드레스덴공대의 의학부와 대학병원, 국립종양방사선연구소(OncoRay)와 함께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이 클러스터의 활성화로 드레스덴공대 대학병원은 서부 지역의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과 함께 독일 암·진단의 메카로 부상했다. 해외에서도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HZDR은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헬름홀츠 협회가 독일 전역에서 운영하는 18개 연구센터 중 하나다. 동독 시절 ‘핵연구소’로 소련에서 전수받은 핵 기술을 연구하던 기관이 이제는 세계 시장을 노려 암 진단·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진화해 있다.


이 센터의 토마스 코반 방사선물리학 연구실장은 “독일에서 암으로 진단받는 사람이 연간 45만 명에 이를 정도로 암 진단과 치료는 거대한 의료시장”이라며 “이들에게 암 부위만 정확하게 조준해 꼭 필요한 용량의 방사선만 쏘는 첨단기술을 중점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악성종양에 대한 치료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방사선·레이저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실험실 입구에는 그동안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포스터가 수두룩하게 붙어 있었다. HZDR이 첨단 물리학 연구 결과를 인간의 병 치료에 활용하면서 순수학문과 응용학문을 동시에 발전시키고 있는 현장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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