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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힘들지? 내가 갈게" 찾아가는 청소년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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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신지부

충북 청주의 이동식 청소년 쉼터

충북 청주의 이동식 청소년 쉼터 '컴인' [사진=청주시청소년쉼터 홈페이지]

학교, 가정과 연결고리가 약해져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은 해마다 늘어간다. 그런 청소년을 위한 많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쉼터는 정해진 곳에 있어 한계가 있다.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쉼터의 도움을 받기 쉬워도,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은 쉼터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충북 청주에는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쉼터가 등장해 거리의 청소년들을 찾아 돕는다. 매주 화·수·목·금 4일 동안 가경동 발산공원·금천동 금천광장·중앙동 청소년광장·하복대 진재공원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찾아간다. 네 장소 외에도, 쉼터 운영시간 이외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 있다면 어디든지 직접 찾아간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쉼터의 내부. 작지만 음악치료실, 상담실, 교육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췄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쉼터의 내부. 작지만 음악치료실, 상담실, 교육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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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TV 등의 시설도 이용 가능하며, 속옷과 갈아입을 수 있는 옷 등을 구비해 청소년이라면 누구든 이용 가능하다.

컴퓨터, TV 등의 시설도 이용 가능하며, 속옷과 갈아입을 수 있는 옷 등을 구비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버스는 여러 쉼터를 모아 놓은 축소판이다. 다른 쉼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임신 테스트기, 속옷, 보드게임, 컵라면 등 다양한 물품들을 구비했다. 상담실, 교육실, 다목적실 등의 공간도 있다. 이곳을 찾은 청소년에게 잠자리는 물론 금연교육, 미술·음악 교육 등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TV 시청, 음악 감상, 인터넷 서핑 등을 즐기며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이동쉼터가 운영되는 시간에는 각 장소에서 이동 쉼터 옆에 작은 천막을 설치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동쉼터는 가출 청소년만을 찾지 않는다. 방문하는 청소년이 가출했거나 안 했거나, 학교를 다니거나 안 다니거나는 중요하지만 이동쉼터는 모든 청소년을 찾는다. 이러한 이동쉼터의 역할덕분에 2015년에만 1만 2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이동쉼터를 이용했다.

과자나 음료 등의 간식을 받기 위해 잠깐 들르는 청소년도 환영하며, 그 중 가출 청소년을 찾아 도움을 준다. 많은 청소년이 방문해 간식도 먹고, 인터넷과 TV도 무료로 이용하고, 상담사 선생님·간호사와 진로체험도 하고 간다. 입소문을 타거나 우연히 발견해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증가하면서 매년 청소년 쉼터의 수요가 늘어난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동쉼터를 몰라서, 잠깐 들러도 되는 곳인지 몰라 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이동쉼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유현 소장과 곽흥식 수석팀장을 만나봤다.

찾아가는 쉼터 유현 소장 곽흥식 수석 팀장 인터뷰

이동쉼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청소년은 간단한 정보를 기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한다.

이동쉼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청소년은 간단한 정보를 기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한다.

-청소년 쉼터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여성가족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됩니다. 여가부에서 50%, 청주시에서 35%, 충청북도에서 15% 정도씩 나눠 연 2억 7천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아요. 청주시에서 관리하고, 직원이 6명 상주하죠. 매주 수·목요일엔 간호사 선생님이 나와서 의료 상담도 하고, 상담사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경찰도 화·수·목·금 주 4회 오후 3시~12시까지 순찰을 돕니다."

-청소년에겐 쉼터가 어떤 의미인가요.
"쉼터 이상의 의미인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갈 데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겐 정말 절실하죠. 밤 11시 50분에 온 한 아이가 있었어요. 가출하고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대요. 그래서 완전히 지친 상태였죠. 그 아이는 쉼터와 연결되어 검정고시도 보고 집으로 복귀했어요. 가정폭력, 부모의 이혼 등의 문제로 정말 갈 데 없어서 찾아온 친구들도 많아요."

-주로 어떤 청소년들이 찾아오나요.
"술을 먹고 오는 친구들은 꽤 많아요. 청소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조폭이나 폭주족 같은 사람도 오고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청소년도 오지만, 위험에 둘러싸인 청소년도 물론 오죠. 처음엔 가출을 안 한 것처럼 굴다가, 관계가 친밀해진 뒤에 가출했다고 털어놓는 친구들도 있어요."

-모든 청소년들이 정기적 쉼터에 갈 수 있나요.
"네. 하지만 9세부터 24세까지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특별히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면 다른 친구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쉼터에서 생활하기 원하는 청소년은 누구나 제한 없이 들어올 수 있어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구호된 청소년들은 어디서 지내게 되나요.
"쉼터에서 생활하죠. 쉼터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요. 일시 쉼터에서 짧게 일주일 정도, 단기 쉼터에서 3~9개월, 준 장기 쉼터에서 2~3년을 생활하게 되요. 짧은 쉼터 생활을 하다가 집에 가는 아이들도 있고, 좀 더 길게 쉼터 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어요. 쉼터는 집과 같아요. 담당 선생님이 부모님을 대신해 청소년과 상담하죠. 여러 프로그램도 함께 하고요. 많은 아이들이 쉼터 생활과 학교 생활을 병행합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위해 검정고시를 도와주기도 하고요. 취직이 필요하고 독립이 필요하면 취직과 거주를 도와줘요. 하지만 규율을 싫어하는 아이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쉼터에 오지 않아요. 알바를 하거나 요즘 흔히들 알고 계시는 '가출팸'을 형성하죠."

이동쉼터 옆 부스에서는 각종 상담과 흡연 측정기 등 건강 측정이 가능하다.

이동쉼터 옆 부스에서는 각종 상담과 흡연 측정기 등 건강 측정이 가능하다.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과 TV 등의 설비를 갖춰 휴식이 필요한 청소년이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과 TV 등의 설비를 갖춰 휴식이 필요한 청소년이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청소년이 있나요.
"중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새엄마와 갈등으로 집에 가기 싫어서 혼자 기숙사에 있었대요. 학교도 안 가고 하루종일 거기서 TV만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새엄마와 아빠가 집으로 오라고 하면 나와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어요. 서울 유흥가에서 경찰이 순찰을 돌다가 그 아이를 발견했죠. 충북 어디어디에 사는데 폭행을 당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진술을 했고 가정폭력으로 처리가 돼 청주의 쉼터로 연결이 됐어요. 지금은 쉼터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는 행복하고 부모님도 아이가 사라지지는 않으니까 걱정을 덜었죠."

-가정폭력이 가출의 원인이군요.
"대로변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아빠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신고를 한 경우도 있어요. 아이가 너무 가출을 많이 했고 심지어는 가출팸에 들어가서 맞았다고 해요. 아이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했죠. 그래서 쉼터로 연결이 됐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 쉼터는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해요. 청주에 다양한 청소년 시설이 부족하기도 하고, 이렇게 이동하는 시설 자체가 많지 않아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죠."

-어떤 어려운 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부모님의 동의예요. 가출했는데 부모님께 전화해 '아이가 가출해서 여기 와 있습니다. 여기 있게 해도 되겠습니까'하면 당장 데리고 오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럴 때는 법적인 한계들에 부딪힐 수밖에 없죠."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한 번 시청에서 관리 감독하러 왔길래 '어떤 아이가 쉼터와 연결돼 너무 행복하다'고 했어요. 그 말을 하니 시청 직원분이 다르게 보는 거예요. 맨날 다른 데 가면 돈 없다, 힘들다는 소리를 듣는데 일이 행복하다고 하니 굉장히 신기해하시더라고요. 그게 가치인 것 같아요. 일은 힘들고 어렵죠. 지금도 이렇게 춥고 바람 부는데 밖에서 네다섯 시간 있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녜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명감, 그런 것이 우리에게 더 힘을 주죠."

-지금 거리의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애정과 관심이죠. 이동쉼터에 가보면 대부분 80~90%는 잠깐 머물다 가요. 그 중 30분 이상 머무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 학생들은 집에 들어가기 싫거나, 여기 있고 싶은 거겠죠. 그런 아이들을 저희가 받아주고 관심과 애정을 쏟으니 기뻐하죠. 청소년이 되게 소외된 계층이거든요. 관심과 애정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목표라기 보다는, 청소년을 위한 시설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성인을 위한 복지는 상당히 많지만 청소년 복지는 막상 찾아보면 별로 없어요. 비나 눈이 와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순수한 마음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의 길이 잘 열리는 게 제 바람이에요. 거리를 헤매고 위험에 노출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우리 사무실에 가면 ‘청소년들이 행복할 때까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요. 청소년이 행복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자리를 지킬 거예요. 돈도 없고 희망도 없고 환경이 안 되지만 우리는 행복하게 일을 하는 거예요. 누가 근무시간도 아닌데 새벽 5시에 나가요. 그렇다고 수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청소년이라는 키워드가 있기 때문에 열정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열정 있는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청소년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청소년은 과거보다 더 힘든 시대에 사는 것 같아요. 부모들이 돈 버느라 바빠서 청소년이 외롭고 힘드니까요. 청소년 시기에 방황하고 놀아본 사람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더 잘하더라고요.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예요. 악해지려면 악해질 수 있고 선해지려면 한없이 선해질 수도 있는게 청소년이에요. 혹시 한 번 넘어졌다 할지라도, 혹시 슬픔과 절망이 있을지라도 그런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고 바라볼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다 무료인데, 누구는 이용하고 누구는 몰라서 못 와요. 그러니까 많은 친구들이 이동쉼터에 와줬으면 좋겠어요."

글·사진=이진영·권용은·윤신아(일신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일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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