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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22>여행 계약 해지 때 손해 안 보려면 약관·민법 꼼꼼히 살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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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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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가족여행을 계획한 주부 L씨. 마침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 특가 상품이 나온 걸 보고 덥석 예약을 하고, 여행비 350만원을 결제했다. 출발을 닷새 앞두고 날아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남편이 중대한 회사 업무로 휴가를 낼 수 없게 됐단다. L씨는 눈물을 머금고 여행사에 환불을 요청했다. 한데 A여행사는 취소 수수료 명목으로 200만원을 떼고, 150만원만 돌려주겠다고 했다. 출발이 임박한데다 이미 항공사·리조트 등에 경비를 완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행상품 취소

위 사례는 2월 4일 개정된 관련 법률(여행 계약과 관련된 민법 제674조)을 설명하기 위해 가정한 상황이다. 법률이 바뀌자 소비자가 환불 문제로 피해를 보는 일이 사라지게 됐다는 뉴스도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면 L씨는 여행비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NO’다. L씨가 소송을 한다고 해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의 최대치는 여행비의 70%, 245만원 정도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여행 관련 피해 상담 1만 5410건 가운데 43%가 계약 해지, 즉 환불 문제에 관한 것이다. 여행자가 ‘언제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이유다. 그러나 이 문장을 잘 해석해야 한다. 언제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말이지, 계약 해지에 따른 책임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국외여행 표준 약관’이라는 게 있다. 여행자와 여행사가 계약을 할 때 쓰는 기준으로, 개정된 법률과 별개로 유효하다. 약관에는 계약을 해지하면 여행자가 물어야 하는 배상액 기준이 나온다. 여행사 대부분이 따르는 기준은 이렇다. 여행 출발 30일 전에 취소하면 전액 환불을 받는다. 출발 29∼20일 전 취소는 여행비의 10%, 19∼10일 전에는 15%, 9∼8일 전에는 20%, 7∼1일 전에는 30%, 출발 당일 취소하면 50%를 배상해야 한다.

만약 A여행사가 L씨의 계약 해지로 입은 피해를 증명하면 배상액이 더 커질 수 있다. 개정된 민법이 반드시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다만, 법률 개정으로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환불 불가’라는 특별 약관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 ‘환불 불가’ 조건을 악용하는 문제의 여행사 중에는 신혼여행 전문 여행사가 특히 많다.

최근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카 바이러스나 브뤼셀 테러 등을 우려해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때도 표준 약관이 기본이 된다. 만일 정부가 ‘철수 권고’나 ‘특별 여행 주의보’를 내린 지역이라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이스탄불과 브뤼셀을 ‘철수 권고’보다 한 단계 낮은 ‘여행 자제’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환불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행자 발병, 가족(3촌 이내 친족) 사망 등의 경우에는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전액 환불 받을 수 있다. 여행사와 분쟁이 생기면 한국여행업협회(1588-8692)나 한국소비자원(1372)에 문의하면 된다.

그럼 항공권은? 항공권 취소 수수료에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 구매 전에 조건을 꼼꼼히 살피는 수밖에 없다. 특히 ‘특가 항공권’을 조심해야 한다. 환불이나 날짜 변경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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