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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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은 요즘 서방의 첨단기술이 소련등 공산권에 흘러 들어갈까봐 조바심을 하고 있다.「코콤」(대공산권수출규제위) 같은 기구가 없는 것은아니지만 「장삿속」의 세계에선 별무효과다.
폭로기사로 소문난 미국의 「잭·앤더슨」이 쓴 한 칼럼은 1966년부터 82년까지 서방으로부터 소련에 넘어갔음에 틀림없는 큰 고도기술은 무려 2백61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2백32건. 이가운데 절반 가량인 2백43건은 서독을 통해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미 국방초은 최근 중요 20개 기초분야에서 미·소의 기술격차를 조사한 열이 있었다. 결론은 어느 한분야에서도 소련이 앞선 기술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소「동등」분야가 겨우 5개로 동력원, 핵탄두, 빔(광)무기, 재래형탄석, 공기역학 정도.나머지는 모두 미국 우위.
최근 일본의 과학기술청은 더 실감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과학기술청이 중심이 돼 후생성, 농수산성, 통산성, 우정성과 공동으로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과 그연구개발 잠재력을 83개 분야에서 조사했다.
2백명 이상의 일본 권위자가 참가한 이 조사 보고서의 결론은 일본 기술의 대미 절대우위는 단 한분야도 없다는 것이다. 「약간 높다」분야가 겨우 8개. 기술개발 잠재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보다 한 걸음 이상 뒤져 있었다.「약간 높다」는 잠재력 분야가 8개.
미국보다 결정적으로 낮은 분야가 「약간 낮음」을 포함해 30개.
참고로 일본의 기술수준이 미국에 비해 약간 높을듯한 분야는 비디오 디스크, 비디오 테그, 광파이버, 교통관제 시스팀, 산업용 로보트, 발효기술 등이다.
유럽쪽의 기술수준은 일본보다 더 뒤떨어져 있다. 83개분야중 무려 45개에서 열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 우열을 다만 양으로 채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문제는 기술의 질이다.
가령 저석유 생산 시스팀이나 자원탐사에서 일본이 미국보다 뒤졌다는 평가는 일본으로서는 치명적이다. 일본 경제의 활로 결정적인 마이너스 요인이다. 우주, 항공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요즘도 일본에 F-16신예기 수리를 의뢰하면서 첨단부분의 부품은 블랙 박스에 답아 밀폐한다.
일본의 기술자들은 블랙 박스 없는 빈껍질의 비행기를 만질 뿐이다. 이만큼 기술전쟁은 소리없이 치열하다.
이런 현실은 끊임없이 외국기술을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공연히 인색한 일본에 매달리기 보다는 미국의 원본기술에 접근하는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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