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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돕다 장애인 된 중국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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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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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니위란, 넴초바, 지아텐.

미국 국무부가 28일(현지시간) 올해의 ‘용기 있는 세계 여성상’ 수상자 14명을 발표했다. 이 상은 평화·정의·인권·성평등 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와 리더십을 보여준 전 세계 여성에게 수여한다. 2007년 제정 이후 지금까지 미 국무부는 60여 개국 출신 100여명에게 상을 수여했다. 올해의 수상자 중에는 중국 인권변호사와 피살당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의 딸이 포함됐다. 중국·러시아 정부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해 온 미국이 다시 한 번 문제 제기를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 ‘올해의 용기있는 여성’

중국인 수상자인 니위란(倪玉蘭)은 기업 변호사 출신의 인권 운동가다. 그는 2001년 베이징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뒤 당국이 철거민을 양산하면서 인권 변호사로 돌아섰다. 철거민의 권리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그는 두 차례 체포돼 고문·폭행을 당했고, 후유증으로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 됐다. 2012년에도 사회 혼란을 조장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그는 여권 효력을 중지시킨 중국 정부의 방해로 이번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잔나 넴초바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던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딸이다. 지난해 2월 아버지가 피살된 뒤 신변에 위협을 느껴 독일로 망명했다. 현재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기자로 일하며 러시아의 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엔 아버지의 꿈이었던 러시아 민주화를 위한 연구를 지원하는 보리스 넴초프 자유재단을 설립했다. 또 모로코 출신의 프랑스인 라티프 이븐 지아텐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2012년 테러 공격으로 아들 이마드를 잃은 뒤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뛰어들었다. 아들의 이름을 딴 ‘청년과 평화를 위한 이마드 협회’를 설립해 종교·문화간 소통을 위한 풀뿌리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라크 소수민족인 야디지족 인권 운동가인 나감 하산, 말레이시아에서 성전환자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니샤 아유브, 새 헌법 마련을 위한 헌법기초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여성 인권을 위한 법안을 마련한 니할 나지 알리-알라키 예멘 법무장관도 포함됐다. 또 모리셔스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아동노동 착취와 노예제 근절 등을 위해 일해 온 파티마타 음바예도 상을 받는다.

수상자들은 다음달 1일부터 미 전역을 돌며 강연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선 세계 여성의 삶을 개선할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한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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