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마의 신' 양학선 "군화도 안 신고 훈련했는데···포기 안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양학선 다중촬영 레이어합성. [사진 중앙포토]

군화도 안 신고 훈련했는데…."

'도마의 신' 양학선(24·수원시청)은 목이 잠겨 있었다. 밤새 잠을 설친듯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 양학선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리우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졌다.

김창석 수원시청 감독은 23일 "양학선이 전날 태릉선수촌에서 마루종목 훈련 중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쳐 오늘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학선은 다음 달 2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리는 리우 올림픽 남자기계체조 대표 1차 선발전을 위해 훈련 중이었다.

양학선은 24일 "최근 몸 상태가 좋았다. 그날도 도마에서 기술을 다 완수했다. 그런데 마루운동에서 아주 쉬운 발구르기 동작에서 '딱'하는 느낌이 났다. 순간 '리우 올림픽은 어떻게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학선은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동했다.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상태로 1시간반 가량 수술을 받았다.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우선 1~2주 경과를 지켜본 뒤, 4~6주 정도 깁스를 할 예정이다. 깁스를 푼 다음 재활을 시작하면 회복까지는 대략 6~10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 많이 점프하는 체조 선수인 양학선의 아킬레스건 통증은 고질병이었다.

그는 "체조 선수는 아킬레스건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나도 오래 전부터 아킬레스건염이 있었는데 자연치유가 안됐다"며 "나름대로 관리를 잘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1월 4주 군사훈련에 갔을 때는 군화도 안 신었다. 군의관 허락을 맡고 운동화를 신고 훈련을 마쳤다"고 전했다.

양학선의 아킬레스건은 시한폭탄이었다. 김창석 감독은 "아킬레스건이 언제든지 끊어질 수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이 아킬레스건 통증까지 야기시켰기 때문이다. 양학선은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당시 휴식이 필요했지만 진통제를 맞으며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려 아쉬운 눈물을 흘렸다. 햄스트링 부상은 쉽게 낫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광주유니버시아드에도 허벅지 통증을 호소해 결국 대회를 중도 포기했다. 이후 양학선은 햄스트링 부상 완치에 전력을 기울였다. 군사훈련 이후에도 오직 햄스트링 회복에 맞춰 스트레칭과 훈련을 진행했다. 발목 통증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김 감독은 "학선이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꾹 참은 게 문제가 됐다. 햄스트링 통증 누적이 아킬레스건까지 영향을 미쳤다. 함께 치료했어야 했는데 통증을 자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오는 8월에 열리는 리우 올림픽 출전은 어렵다.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참가하지 못한다. 소정호 대한체조협회 사무국장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양학선은 우수선수로 추천 선발이 가능하다. 올림픽 엔트리가 마감되는 7월초까지 양학선이 회복된다면 강화위원회와 이사회 승인을 받아 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학선은 한국 체조계의 보물 같은 존재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을 따냈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도마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체조 스타가 됐다. 자신의 이름을 딴 고난도기술 '양학선1'(양1·도마를 앞으로 짚고 세 바퀴를 비트는 기술)과 '양학선2'(양2·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 반을 비트는 기술)을 보유했다. 양학선이 정상적인 몸 상태로 출전하면 금메달도 가능하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더라도 메달 가능성이 높다.

양학선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올림픽에 출전하는 걸 꿈꾸고 있다. 다쳤다고 기죽지 않았다. 빨리 회복해서 올림픽에서 도마 위를 날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의사는 완벽한 치료를 위해 최대 10개월을 예상했다. 4년 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염두해두고 재활하는 게 더 좋다"고 했지만 "학선이 의지가 강하다면 빠른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