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적자 낸 현대중공업, 노사 모두 이상한 행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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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누적적자 4조8000억원)를 기록 중인 울산 현대중공업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조합원 성향 분류 등 노조 불법 사찰 의혹을 받고 있고, 노조는 경영난 와중에 추가 복지 혜택을 주장하고 나섰다.

23일 울산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6~17일 1분기 노사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정년퇴직자에게 현대호텔·현대예술관·한마음회관 등 회사가 운영하는 시설의 할인혜택을 무기한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은 현재 재직 근로자와 퇴직 1년 미만인 직원에게 이들 시설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할인율은 현대호텔 베이커리 30%, 현대호텔 숙박 60~70%, 현대예술관 식당 30% 등이다.

노조 측은 이번 협의회에서 직원 연 2회 호텔 무료이용권 지급도 요구했다. 노조는 "부모 등이 방문할 때 비용부담으로 호텔 이용이 쉽지 않다”며 “직원과 퇴직자의 노고를 감안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설의 할인금액을 회사가 차후 정산해주고 있어 큰 부담이 된다며 거부했다. 이준우 회사 홍보팀장은 “매년 800~1000명이 퇴직하는 상황에서 할인기간 연장 등은 회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사협의회에서 노조의 19개 요구안 가운데 14개 안은 합의됐지만 정년퇴직자 할인혜택 연장과 연 2회 호텔 무료이용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노조 소식지를 통해 “사외이사 1인 추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경영권 침해 논란을 빚었다. 이 역시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 측은 노조 사찰 의혹을 받고 있다. 회사 노조와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22일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노조대의원 선거에 개입하고 조합원 성향을 분류하는 등 불법사찰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날 공개된 ’2015 해양사업본부 27대 대의원 선거득표 현황’문건을 보면 출마자 47명의 소속부서와 직위·성명·득표수·당락 여부가 기록돼 있다. 이 문건 ‘분석’ 항목에는 영어로 R(Red·강성), Y(Yellow·중도), G(Green·친 회사) 등으로 노조원의 개인 성향을 분류했다.

또 다른 문건에는 조합원의 성향을 A·B·C로 표시했다. 노조는 “회사에 우호적인 발언을 한 조합원을 A로 분류하는 등 조합원 개인별로 리스트를 특별관리해왔다”며 책임자 퇴사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찰했다는 해당 문서의 출처를 알 수 없고, 개인이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울산=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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