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가 너무 없어 감옥 문 닫는 네덜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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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개조한 네덜란드 교도소.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해 19개 교도소 폐쇄를 확정한 데 이어 추가로 5개 교도소의 문을 더 닫기로 했다. 범죄자가 크게 줄면서 비어 있는 교도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 1900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네덜란드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정부 문건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아드리안 반데스테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네덜란드 정부는 19개 교도소 폐쇄 계획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의 폐쇄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비어 있는 감방이 너무 많아 추가적인 폐쇄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덜란드의 범죄율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강력범의 비율도 낮아졌고 형기도 짧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범죄자 감소로 2013년에도 8개 교도소를 폐쇄하고 일부 교도소를 호텔로 개조해 재활용했다.

네덜란드 사법통계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 범죄율이 2007년에서 2014년 사이에 24% 감소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비어 있는 교도소를 채우기 위해 인접 국가들로부터 범죄자들을 수입하기도 했다. 교도소가 가득 차 약 1000명의 범죄자를 대기 상태로 방치하던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해 범죄자 242명을 네덜란드 교도소로 보냈다. 벨기에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500~600명의 범죄자를 네덜란드 교도소에 수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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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부가 예산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네덜란드 정부는 당초 26개 교도소를 폐쇄할 방침이었으나 야당 사회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19개 교도소만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와서 5개 교도소를 추가 폐쇄한다는 것은 결국 조삼모사식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니네 쿠이만 사회당 하원의원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며 "사기꾼들을 제대로 잡아들이기만 해도 교도소가 비어있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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