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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개혁 구상…권역별 ‘국립대 연합체’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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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같은 권역의 국립대끼리 연합체를 만들어 수업·학점·학위 등을 교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학생은 전공에 따라 연합체 내의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받고 연합체 대학 명의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거점 국립대 중심 수업·학점 교류
각 대학 전공별 특성화도 강화
내년 본격화, 재정으로 연합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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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사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국립대 구조개혁과 관련해 교육부 실·국장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국립대 연합체’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미 정책 연구에 착수한 상태로, 이르면 내년부터 연합체 구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구상하는 국립대 연합체는 지방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같은 권역의 국립대를 묶는 동시에 각 대학을 전공별로 특성화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대구·경북 지역은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를 중심으로 금오공대·안동대 등과 연합한다. 이어 기계·전자 전공은 금오공대에, 정보기술(IT) 분야는 경북대에, 인문학은 안동대에 집중시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교수와 학생들은 소속 대학과 관계없이 자신의 전공이 특성화된 대학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성화 분야에 따라 대학을 집중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효율성이 높아지고 교육여건도 좋아질 것”이라며 “연합체가 구성되면 전공에 따라 실제로 수업을 받는 대학이 달라지고 졸업장에도 여러 대학 이름이 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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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모든 국립대에 연합체 구성을 강제하지 않는 대신 대학들이 연합체를 만들어 사업계획을 제출할 경우 우수한 연합체를 선정해 재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가 “대학의 설립 목적과 특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것과 무관치 않다.

교육부가 이 같은 방안을 꺼내 든 이유는 국립대 구조개혁을 유도하면서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 또한 높이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산업 수요에 맞춰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최대 연간 300억원의 지원금을 주는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대학은 대부분 사립대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의 경우 프라임 사업을 통해 질적 구조개혁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립대는 참여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국립대 연합체를 ‘국립대 프라임 사업’으로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립대 연합체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도 추진됐지만 논란 끝에 무산됐다. 동일 권역의 3개 이상 국립대를 연합하고 3~5년 뒤 하나의 국립대 법인으로 통합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았다. 이를 감안해 이번에 추진하는 국립대 연합체 계획에는 법인 통합은 포함하지 않고 전공만 통합하는 방안을 담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각 대학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총장을 비롯한 대학 조직도 개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서울대·인천대 등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한 대학의 경우 연합체 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방 국립대를 발전시킨다는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서울대 폐지론’ 논란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2년에도 당시 민주통합당이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 연합체론을 제안해 논란을 빚었다.

대학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지방 거점 국립대 총장은 “거점 국립대는 대부분 찬성의견”이라며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고 캠퍼스 특성화에도 유리한 만큼 지방 국립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지방 국립대 총장은 “각 대학이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거점 국립대 위주로 연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국립대 연합체가 되면 교수와 학생들이 전공에 따라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옮겨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한 점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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