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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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김진영·류상우·장은미 교수(왼쪽부터)가 한 난임 환자의 초음파 사진을 검토한 뒤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임성필

몇 년 전 결혼한 김미현(36·가명)씨는 1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난임검사를 받은 뒤 시험관시술로 올 1월 남녀 쌍둥이를 낳았다.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는 회계사 이성은(40·가명)씨는 3년 전 난자를 채취해 난자은행에 맡겼다. 마음이 바뀌어 결혼하게 되면 ‘맡겨둔’ 난자를다시 찾을 생각이다. 최근 30대 중·후반 여성 사이에선 이 같은 적극적인 ‘난임극복법’이 대세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를 찾아 최신 난임 예방·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난임 고민 마세요, 미성숙·냉동 난자로 임신 가능해요

"배란 잘 되지 않을 땐 미성숙 난자 체외수정 임신 성공률 끌어올려"

2013년 기준 서울 거주자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6세, 여자 30.4세다. 평균 초산 연령은 31.5세. 만혼이 보편화하면서 30대 중·후반 이상 여성의 가장 큰 고민은 난임이다. 결혼한 여성은 일과 스트레스로 생각보다 아이가 잘 생기지 않고, 결혼 의사가 없는 여성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늦은 출산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난임 진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2006년 17만8000명에서 2014년 21만5000명으로 늘었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에서는 매년 6000여 명의 여성이 난임 치료를 받는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장은미 교수는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난임을 걱정하는 분이 많이 찾아온다. 국내 난임 예방·치료 기술이 발전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차병원에서 불임치료 첫 번째 시술을 받은 여성들 중 50%가 임신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첫 불임치료 받은 여성 절반이 임신
임신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여성의 나이’와 ‘난임 기간’. 장 교수는 “자연 임신율은 20대 초반에 가장 높고 37세 이후 급격히 떨어지다 40세가 지나면 5% 이하로까지 떨어진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경우 만 36세 이하는 1년, 36세 이상은 6개월 이상 아이가 안 생기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여성의 나이가 젊을수록, 난임 기간이 짧을수록 임신 확률은 높다.
  난임의 30%는 배란장애로 생긴다. 난소기능과 내분비계 이상으로 배란이 잘 되지 않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장 교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경우 ‘미성숙 난자 체외수정(IVM)’ 기술을 이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차병원 의료팀이 1988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이 기술은 2~9㎜ 정도의 난포에서 미성숙 난자를 채취해 밖에서 배양하고 성숙시켜 체외수정하는 방식이다. 일반 시험관시술(IVF)과는 달리 배란 촉진 주사를 맞지 않아도 돼 복수가 차거나 숨이 가빠오는 등 과배란 유도제에 예민반응을 보이는 환자에게도 적합하다.
  장 교수는 “예전에는 미성숙 난자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 성공률이 다소 낮았으나 다년간의 연구로 일반 시험관시술의 임신율 만큼 끌어올렸다”고 설명한다.

건강한 난자 보관하는 ‘37난자은행’
당장 결혼 계획이 없는 여성들은 ‘난자 냉동’ 기술을 눈여겨보자. 강남차병원은 1998년 세계최초로 ‘유리화 난자동결법’을 개발했다. 액체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급속 냉동하는 이 기술은 얼음결정이 생기지 않아 세포 손상이 거의 없고 소요시간이 짧으며 고가의 장비도 필요없다. 이 기술로 98년 제 16차 세계불임학회 및 제54차 미국 생식의학회(ASRM)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기술특허를 등록했다. 2005년에는 동결 속도를 더 단축한 ‘슬러시 질소 난자동결법’을 개발해 난자 생존율을 90% 이상으로 높였다. 슬러시질소는 액체 질소보다 온도가 낮다.
  이런 방법으로 냉동한 난자는 강남차병원이 운영하는 ‘37난자은행’에 보관했다 원할 때 쓸 수 있다. 백혈병이나 암 치료로 자연임신이 어려울 수 있는 환자에게도 유용하다. 장 교수는 “유방암 등의 치료를 앞둔 젊은 여성들이 난자를 냉동하는 사례가 늘었다. 예전에는 암 치료로 폐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환자가 많았는데, 요즘은 방사선·항암 치료가 시작되기 전 2~3주 동안 난자 냉동 과정을 마친다”고 말한다.
  난임 여성들을 위한 기초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 교수팀은 자주 사용되는 시스플라틴(cisplatin) 항암제가 여성의 불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 증명했다. 장 교수는 “주로 밤에 분비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의 난자를 보존해 치료 후 임신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향후 임상시험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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