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대학에 햄 공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대학 교수가 캠퍼스 안에 햄 공장을 만들어 축산농가 지원에 나섰다. 경기도 안성의 한경대 낙농과학과 최일신 교수(50)는 최근 대학 실험실에 하루 2백㎏의 햄을 생산하는 시설(사진)을 갖췄다. 이를 사업모델로 만들어 전국 축산농가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최교수는 "햄의 품질을 인정받은 후 햄 가공시설과 유통 등의 모든 사업과정을 하나로 묶어 축산농가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교수는 지난 3월 동료교수 등과 함께 자본금 2억원을 출자해 ㈜한경햄이란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실험실 창업의 형태다. 대표이사는 최교수가 맡았다.

최교수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 속도가 빨라져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축산농가들이 기른 돼지고기를 활용해 직접 가공사업까지 하면 소득도 높이고 시장개방에도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햄의 브랜드는 '볼부르크(WohlBurg)'이다. 지역이름인 안성이란 뜻을 가리키는 독일어로 표현했다. 햄의 원료로 쓰이는 돼지고기는 전량 대학 인근의 축산농가에서 공급받고 있다.

생산된 제품은 최근 서울 영등포에 있는 경방필 백화점과 안성지역 하나로 마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햄 생산 두 달 만에 6천만원어치를 팔아 사업 가능성을 보여줬다.

풀무원 등 식품 유통업체와 손잡아 전국 판매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또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햄의 본고장인 독일의 햄 업체(하인즈 쿠즈만)와 기술제휴를 하고 독일의 햄 생산 전문가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했다.

한경햄 제품의 특징은 청정한 곳에서 기른 돼지고기를 활용해 만들고 방부제나 색소를 넣지 않는 것이다. 햄을 얼리지 않고 냉장차로 보급하기 때문에 햄의 살코기맛을 살릴 수 있다고 최교수는 설명했다. 한경햄은 지난 3월 경기지방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을 받았다.

고윤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