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장실 줄이고 전용 출입문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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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천시청 본관에는 시민에게 열리지 않는 문이 있다. 한가운데 있는 자동문이다. 자동 감지기가 달려있지만 아무리 주변을 서성거려도 열리지 않는다.

관료주의 허물기, 의전팀도 폐지

이 문이 유일하게 열리는 것은 ‘시장님’이 등장할 때다. 시장이 출입할 때면 청사 경비 담당 직원이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 준다. 그래서 ‘시장 전용문’이라고 불렸다.

최충헌 인천시 총무팀장은 “그동안 청사방호 차원에서 중앙 자동문을 수동으로 운영했는데 이런 문화가 굳어지면서 시민 은 양쪽에 있는 작은 문으로, 중앙 자동문은 시장님만 이용하는 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14일 시청 본관 중앙에 있는 ‘시장 전용문’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3800만원을 들여 오는 20일까지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회전문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165㎡ 크기의 시장실 업무공간도 54㎡로 줄어든다. 이 공간엔 1900만원을 투입해 시민접견실·회의실 등으로 꾸밀 예정이다. 이 공사는 오는 15일 끝난다.

총무과 산하에 있던 의전팀도 없애고 각종 행사 땐 주관 부서가 의전 업무를 간소하게 맡기로 했다. 또 의견 수렴을 거쳐 8월 말까지 시청 본관 중앙홀에 있던 노후 전시공간을 시민 문화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시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의 주차불편을 줄이기 위해 민원인 전용 주차구역 에 공무원 차량을 주차할 수 없도록 하고 어기면 단속하기로 했다. 이번 지침은 ‘권위와 격식에 얽매인 관료주의를 타파하자’며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유 시장은 지난달 열린 간부회의에서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시장 전용문이 있느냐”고 지적하며 “시장실도 줄이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장실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유 시장은 “과도한 형식·관료주의에서 탈피해 올해를 시민 체감지수를 높이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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