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피할 곳은 유럽·일본·헬스케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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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호 18면

“최근 미국·중국 투자 줄이고, 유럽·일본 늘렸다.”


세계적인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슈로더 그룹의 알렉스 테더 주식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운용 전략이다. 그가 전 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굴리는 자금만 약 209조9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이다. 이는 올해 한국 예산(386조원)의 절반을 넘는다. 테더 CIO는 “미국은 적어도 6월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보다 위안화 가치 평가 절하와 유가 변동이 올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말부터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과세 정책이 도입됐다. 중앙SUNDAY는 이달 10일 e메일을 통해 테더 CIO의 세계 증시 전망을 들었다.


-올해 글로벌 시장은 어떨까.“연초 이후 세계 성장률 둔화, 통화가치 혼란 등으로 금융 시장이 크게 휘청였다. 세계 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적정 수준이지만 투자 매력은 크지 않다.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 영향을 덜 받는 배당주와 경기방어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고 경기에 민감한 산업재와 금융주, 그리고 신흥국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안전 투자를 선호한다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통화정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요즘 글로벌 증시가 여러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투자자 심리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유가 변동과 중국 위안화가치 평가 절하가 세계 증시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두 변수는 지속적으로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미국 대통령 선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같은 정치적 이슈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운용 전략에 변화가 있나.“잠재 성장성이 큰 기업(지역) 중심으로 투자한다. 헬스케어 산업을 유망하게 보고, 금융산업 투자 비중을 축소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을 비롯한 미국·호주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유럽과 일본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미국 투자 비중을 줄인 이유는 뭔가.“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상승랠리가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 기업의 이익이 더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앞으로 개별 기업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소비재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저유가, 고용시장 개선 등에 힘입어 민간 소비가 늘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은.“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적어도 6월까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책당국은 통화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Fed 의장이 금융시장 변동성이 미국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할 정도다. 미국은 향후에도 글로벌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서 금리를 소폭으로 더디게 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나.“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고 미국 경제 성장 둔화로 무역거래가 주춤해지면서 중국 경제는 한동안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 또 위안화 가치 평가 절하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자본 유출도 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는다.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서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다.”


- 신흥국의 투자 매력은.“지난 5년간 신흥국이 선진국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신흥국 평균 주식수익비율(PER)은 낮지만 기업 이익이 꾸준하게 늘 것이란 확신이 안 선다. 미국 시장처럼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이익을 내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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