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재위 엘리자베스 여왕이 처음으로 제소했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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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사진 중앙포토]

63년 여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니 별별 일이 다 있었을 게다. 그러나 여왕이 안 한 일이 있으니 언론 규제 당국에 제소한 일이다.

하지만 9일 깨졌다. 영국 최대 일간지인 '더 선'이 1면에 보도한 "여왕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를 지지한다"는 기사를 두고서다. 2011년 윈저성에서 닉 클레그 당시 부총리 등 정치인 네 명과 오찬하는 자리에서 여왕이 친유럽 성향의 클레그 부총리를 강하게 질책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리에서도 의원들에게 "유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도 했다.

버킹엄궁은 곧 우리의 언론중재위에 해당하는 '독립언론윤리위(IPSO)'에 이 보도와 관련한 항의 서한을 보냈다. 영국 언론들은 "여왕이 언론 규제 당국에 제소한 건 처음 있는 일"(파이낸셜타임스)라고 했다.

버킹엄궁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얘기가 나오기도 전인데 '브렉시트에 찬성했다'는 얘기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여왕을 브렉시트 논란으로 끌고 들어가는 데 대한 불쾌감도 있다.

또 다른 당사자인 닉 클레그는 "말도 안 된다"며 "그런 대화가 있었다면 기억할 텐데 기억엔 없다"고 부인했다.

영국 정치권의 관심은 이제 '발설자'가 누구냐에 쏠리고 있다. 당시 자리에 네 명 중 탈퇴론자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와 세릴 길런 의원이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노 코멘트"라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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