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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외교장관 "한반도는 칼 뽑고 활시위 당겨놓은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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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사진 중앙포토]

중국은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한 해결의 길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면 6자 회담뿐 아니라 3자나 4자, 5자 접촉 등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8일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미디어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를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도움만 된다면 우리는 각국이 제기한 3자, 4자, 나아가 5자 접촉까지를 포함해 모든 것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이 제기한 5자회담(북한을 제외한 5개국) 에 중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중국은 종전까지 북한을 뺀 5자만의 회담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왕 부장은 이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줄곧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70호를 포함한 결의안들을 집행할 책임과 능력이 있다"며 "중국은 안보리 결의가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2270호 결의에는 제재만 있는 게 아니라 육자회담을 지지하고 각국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내용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제재는 필요수단이고 지금 시급한 일은 안정을 유히자는 것이며 근본적인 길은 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며 대증(對症)처방으로 제재와 압력을 맹신하는 것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자신이 제시한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병행협상론을 다시 강조했다.

왕 부장은 "최근 한반도 상황은 칼을 뽑고 활시위를 당겨놓은(劍拔弩張) 상황으로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 긴장이 격화돼 통제력을 상실하는 상황까지 치닫는다면 각국에 모두 재난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왕 부장은 또 북·중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를 중시하며 북한이 발전과 안정을 추구하면 우리는 돕고 지지하겠다"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추진에 대해서는 우리는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항미원조(抗美援朝· 한국전쟁 때 북한을 도와 미국에 대항한 일) 당시처럼 북한을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으나 즉답은 하지 않고 "질문이 날카롭다"고 말해 장내의 웃음을 자아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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