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성 7세 친딸 암매장’ 사건 진짜 주범은 집주인 이모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성 7세 친딸 암매장’ 사건은 집주인 이모(45)씨가 친모 박모(42)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추가 폭행하고 방치한 것이 죽음에 이르게 한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1부(부장 김종근)는 8일 살인·사체은닉과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에게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한 것이다.

또 박씨를 학대치사·사체은닉·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박씨의 친구 백모(42)씨를 사체은닉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집주인의 언니 이모(50)씨는 사체은닉, 백씨의 어머니 유모(60)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와 박씨는 2011년 7월부터 10월 25일까지 박씨의 딸(당시 7세)이 가구를 훼손한다는 이유 등으로 주1~3회에 걸쳐 회초리 등으로 10~100대씩 때렸다. 아파트 발코니 등에 감금하기도 했다. 딸이 사망하기 보름 전부터는 하루 한끼 식사만 줬다.

사건이 발생한 10월 26일에는 이씨가 박씨에게 “딸이 (함께 살고 있는 어른들을)다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교육을 하라”는 취지로 폭행을 지시했다.

박씨는 이씨의 지시에 따라 딸을 회초리로 때린 뒤 테이프로 손·발을 의자에 묶고 입을 막고는 오전 11시쯤 출근했다. 이후 이씨가 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5시간 정도 함께 있으면서 추가 폭행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추가 폭행으로 아이가 2차례에 걸쳐 쇼크 상태에 빠졌고 ‘사망의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이씨가 범행 발각이 두려워 구호조치 없이 방치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관련 기사
[단독] 고성 암매장 큰 딸, 학대 못이겨 "다 죽여버리겠다" 절규
② 고성 암매장 사건관련, 경찰 "집주인도 공범" … 18일 현장검증



검찰은 이씨가 아이 사망 뒤 “시체를 불태워 없애자”고 말하는 등 사실상 암매장하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가 경제적·종교적 이유로 사실상 지배(이씨)와 복종(박씨·백씨) 관계가 되면서 이씨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아이가 사망하자 이들은 시신을 스노보드 가방에 넣어 사흘간 차에 싣고 다니다 이씨의 지인과 연고가 있는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통영지청 홍현준 아동학대담당검사는 “이씨와 박씨 등이 장기간 폭행하고 굶겨 아이의 정신·신체적 건강이 극히 나빠진 상태에서 추가폭행이 이뤄졌고, 이씨가 쇼크 상태에 빠진 것을 알고도 즉각 구호조치를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더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통영=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