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앞두고 여성들이 사라진 아프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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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P 아프가니스탄 홈페이지를 장식한 #여성은어디에있나 캠페인. [UNDP 홈페이지 캡쳐]

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유엔개발계획(UNDP) 아프가니스탄 지부가 메인 페이지의 사진 게재를 중단했다. AP통신에 따르면 UN 아프간 지부는 6일부터 메인 페이지의 사진을 ‘검은 화면’으로 바꾸고 사진 대신 ‘#여성은어디에있나(#WhereAreTheWomen)’라는 해시 태그를 화면에 띄웠다.

UN측은 “8일 여성의 날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두려움에 대한 관심을 촉구시키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진에 대한 설명은 검은 화면 아래 그대로 남아 있다.

보수적인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차별 받고 가혹행위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은 외출시 부르카나 니캅을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고위직 여성까지 살해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극소수만이 집 밖에서 직업을 가지고 활동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UNDP는 여성들의 사진을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리는 활동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들이 자신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롭 퓨 UNDP 아프간지부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길거리를 걸을 때나 정부를 방문할 때, 병원이나 대학, 기업을 찾을 때 당신들은 스스로에게 ‘여성들은 어디에 있지’라고 되물을 것이다”라며 “2001년 이후 여성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은 2001년까지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지배를 받으며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해졌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도 아프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달픔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3월에는 이슬람 경전 '코란'을 태웠다는 혐의로 아프간 여성 파르쿤다(27)가 집단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있었지만 군중들이 집단 구타를 가할 때 방관했다. 군중들이 그녀의 시신을 태우고 강물에 내다 버리는 영상이 인터넷이 퍼지며 이 사건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장례식 때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관을 운구하며 아프간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UNDP는 ‘#여성은어디에있나’ 캠페인을 파르쿤다 사망 1주기 시점까지 일주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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