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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9호 35면

남다른 현대미를 느낄 수 있는 방콕의 새 쇼핑몰 ‘센트럴 엠버시’에서.

이런 저런 색들에 피로해질 때 찾는 명 콤비는 흑과 백이다. 오프 화이트 민소매 원피스에 슬쩍 두른 기다란 줄 목걸이로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옷 위에 펼쳐본다

까맣고 하얀 바둑알들처럼 옷도 흑과 백으로 입으면 대비가 강렬하다. 어려운 배색이 아니지만 잘 입게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둘의 합만큼 명료하게 시각 효과를 내는 협업도 없다. 캘빈 클라인의 매장을 들어서면 흑백의 합창에 압도되고 만다. 흑과 백은 무서운 감각이다. 무서움은 날카로움이고 날카로움은 멋이다. 멋이란 뾰족함을 갖춰야 하는 것. 그래서 날이 선 흑백이 절실하다. 원체 속이 둥글둥글했던 모양인지 나는 초등학생 때 ‘착한 어린이 상’을 단골로 타는 아이였다. 몸도 둥그런데 속까지 동그라미 일색인 착한 성격을 싫어했던 기억이 떠오르면 흑백에 기댄다. 흑백은 생일 파티에 초대되고 싶었던 여아의 강력한 소망이자 퍼지고 싶지 않은 여자의 자제력이다.


김은정 ?‘엘르’‘마리 끌레르’ 패션 디렉터와 ‘마담 휘가로’ 편집장을 거쳐 샤넬 홍보부장으로 일했다.『Leaving Living Loving』『옷 이야기』를 썼고 현재 홍콩에 살며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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