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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아카데미 백스테이지 수상자들 소신 발언

중앙일보

입력

 수상자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백스테이지 '위너스 룸'에서도,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였다. 기자실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디캐프리오의 이름이 호명되는 장면이 중계될 때부터 200여명의 기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디캐프리오가 한 손에 오스카 트로피를 굳게 쥐고 감독상 수상자인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와 함께 '위너스 룸'에 들어오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무대에서보다 한층 상기된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선 디캐프리오는 "이냐리투와 함께 한 작업은 진정한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카메라 밖에서 나눈 모든 이야기가 스크린 위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놀라은 경험을 했다"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여정"이었다고 다시 한 번 감독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그는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온 이냐리투 감독과 치보(이매뉴얼 루베즈키 촬영감독)가 놀라운 예술성으로 각각 2년, 3년 연속 아카데미를 수상했다는 건 오늘날 우리 영화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두 사람에게도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팬들은 물론 영화계 관계자와 언론까지 그의 남우 주연상을 바라고 응원했던 걸 실감했냐는 질문엔,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분위기는 알고 있었다"며 "매번 최고의 결과를 위해 분투해 왔지만, 올해만큼은 모두에게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나.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디캐프리오는 이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된 시상식에서 내 가장 큰 관심사인 환경 보호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어 기뻤다"며 "그간 그린란드와 중국, 인도 등을 돌며 기후 변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해왔다. 바로 지금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백인 잔치' 논란 탓에 유난히 다양성에 관한 주제가 여러 차례 거론된 시상식이었던 만큼, 백스테이지에서도 수상자들은 이에 관한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인종 뿐 아니라 남녀평등, 동성애 이슈 등도 두루 거론됐다.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LGBT 커뮤니티에 대해 언급했던 샘 스미스는 "우리에겐 여전히 '괜찮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 우리가 바꿔 나가야 할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많은 이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싸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여우 조연상 수상자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사이 케이틀린 제너가 커밍 아웃을 하고, 드라마 '트랜스페어런트'나 영화 '탠저린' 같은 작품이 나오는 등,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대니시 걸'을 시작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LGBT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할리우드에서도 이에 관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우 조연상 수상자 마크 라일런스는 "할리우드에선 흑인들만큼 여성들도 똑같은 문제와 싸우고 있다. 대부분의 스토리텔링이 남성들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오늘 시상식에서 인종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됐듯, 성차별의 문제도 꾸준히 토론하고 고민해 나갈 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객들 역시 다양성의 메시지가 담긴 영화와 비주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다양성에 관한 논의는 단순히 흑백의 구도로만 나누기엔 훨씬 더 복잡한 이슈"라며 "논쟁이 양극화되거나 정치적 문제로 흐르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한 이들도 있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브리 라슨은 "내게 '룸'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어떤 식으로든 갇혀 있고 학대받는 듯한 느낌에 아파하는 여성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이나마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상 수상작인 '스포트라이트'의 톰 맥카시 감독은 "오늘 아침 시상식에 오기 전 마크 러팔로와 함께 LA대교구 성추행 피해자들이 벌이는 시위 현장에 동참하고 왔다"며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많은 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을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듣고 있으니, 수치스러워 하지 말고 세상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국 LA 돌비극장=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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