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태클, 이젠 안 돼…‘강정호 룰’ 만든 ML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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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강정호 룰(rule)’이 생긴다.

작년 메이저리그 데뷔한 강정호
태클 당해 부상 입고 시즌 접어
올 시즌부터…규칙 어기면 아웃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데뷔한 강정호(29)가 1루 주자의 거친 태클로 인해 시즌을 접은 뒤 생겨난 새로운 규칙이다. 이에 따라 올 시즌부터는 주자의 거친 슬라이딩이 금지된다.

 MLB 사무국은 26일(한국시간) 주자와 야수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슬라이딩 규칙을 발표했다. MLB 선수 노조와 합의한 새 야구 규칙 6.01(j)항은 ‘주자는 선의의 슬라이딩(bona fide slide)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또 주자가 지켜야 할 4가지 내용을 명시했다. 즉 ①베이스에 닿기에 앞서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②손이나 발이 베이스를 닿는 범위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③슬라이딩이 끝나면 홈플레이트를 제외한 베이스에 머무를 수 있다 ④야수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주로를 바꿔 슬라이딩 해서는 안 된다 등이다.

  심판이 새 규칙에 어긋난 슬라이딩으로판단할 경우 해당 주자는 아웃된다. 비디오 판독도 가능하다. 이 규칙은 올 시즌부터 적용된다.

MLB에서는 1루 주자가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해 2루수나 유격수에게 거친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수비수의 부상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동안엔 팀 플레이라는 명목으로 용인됐다.

그러나 지난해 강정호와 뉴욕 메츠의 루벤 테헤다(27)가 잇따라 주자의 거친 슬라이딩으로 부상당한 뒤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서 유격수 수비 도중 상대 팀 주자 크리스 코글런(31·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 다리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코글런은 강정호의 송구를 방해하기 위해 2루가 아닌 강정호의 무릎을 겨냥해 슬라이딩을 했다.

메츠의 유격수 테헤다는 지난해 10월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송구 도중 체이스 어틀리(38)의 슬라이딩에 부딪혀 오른 종아리뼈가 골절됐다. 어틀리 역시 테헤다의 송구를 방해하려고 슬라이딩을 했다.

 MLB 선수 노조 토니 클라크 전무는 “ 선수들의 안전은 물론 정당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4월 중순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힘쓰고 있는 강정호는 지난해 부상 직후 “보통 슬라이딩보다 공격적이었다. 그렇지만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강정호는 새로운 슬라이딩 규칙의 도입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자신과 팀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부상을 막아야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거친 슬라이딩으로 비난을 받았던 어틀리는 “ 야수는 물론 주자와 심판까지 새 규칙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MLB 사무국은 올 시즌 새로운 스피드업 규정도 추가했다. 경기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감독 혹은 투수코치가 경기 도중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이 30초로 제한된다. 공수 교대시간도 2분25초에서 2분5초로 줄였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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