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탑건' 케네디는 '벤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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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백악관 대통령 전용 영화관의 기사로 일했던 폴 피셔가 최근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역대 대통령별 선호 영화 목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좋아했던 영화의 내용이나 종류가 대부분 대통령 개개인의 정책.취향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우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즐겨 본 영화는 톰 크루즈가 항공모함 비행사로 출연하는 '탑건'과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군벌과 격전을 벌인 미 해병대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호크 다운'.

부시는 이라크전 종전 기념으로 전투기를 타고 항공모함에 착륙한 바 있다. 이라크 전과 라이베리아 파병 문제는 블랙호크라는 침투용 헬기와 연결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당시 막 개봉된 '스파르타쿠스'를 비롯해 '벤허' 등 로마시대 배경의 대형 서사물 시리즈를 좋아했다. 피셔는 그의 '선 굵은 정치'나 비극적인 최후 등이 이 같은 신화적 영화들과 관련된다고 평가했다.

닉슨은 대표적 여성 영화인 '암울한 승리'에서부터 서부극인 '진정한 용기'까지 다양한 취향을 보였으나 월남전 당시 캄보디아 폭격 명령 등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항상 '패튼 대전차 군단'을 찾았다고 한다.

닉슨 행정부를 혐오했던 카터 대통령은 취임 후 백악관의 첫 영화로 닉슨의 하야를 가져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특종 보도를 담은 '대통령의 음모'를 고르기도 했다. 그는 4년간 4백65편이나 보았을 정도로 영화광이었다.

레이건은 자신이 서부극에 주로 출연했던 영화배우 출신이었지만 백악관에서는 주로 히치콕이나 우디 앨런이 감독했던 심리물 영화들을 즐겨 찾았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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