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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꼼수 안통하는 알파고, 5년 뒤엔 세계 최고수 이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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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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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40·사진)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개발 주역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

그는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인공지능(AI) 발전을 위한 역사적인 도전”이라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AI는 결국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알파고는 바둑 세계 최강자인 이세돌 9단과 다음달 9일부터 5번기 승부를 펼치며 인간에게 도전한다. 하사비스는 하루 전인 8일 한국을 방문한다.

 다음은 영국 런던 딥마인드 본사에서 진행한 하사비스와의 일문일답.

 

언제부터 알파고를 개발했나.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이고,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 게 1년 정도 됐다.”
왜 바둑을 목표로 했나.
“체스에선 컴퓨터가 빠른 계산으로 사람을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바둑은 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다. 무엇보다 사람의 직관·통찰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바둑은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불가능에 도전하고 싶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그랜드 챌린지’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바둑을 둘 줄 아는가.
“아마추어 1단 정도의 기력이다. 체스 주니어 선수로도 활동했다.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고, 런던대에서 뇌과학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MIT·하버드에서 머신러닝·딥러닝 관련 ‘박사 후 과정(포스트 닥터)’을 거쳤다. 이런 배경이 알파고의 AI를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
판후이 2단과의 대결이 지난해 10월에 있었다. 그간 알파고의 실력이 늘었나.
“알파고는 수많은 기보 데이터를 토대로 ‘강화 학습’이라는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스스로 대국을 하며 실력을 키운다. 이와 별도로 회사 차원에서 다른 많은 테스트를 수행했다. 몇 달 새 기력이 많이 향상됐다.
알파고가 기세·세력·두터움 같은 바둑 특유의 요소를 인지하나.
“수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알고리즘 짜는 것이 힘들다. 그것들은 컴퓨터가 알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실력 차가 클 경우 수십 집 이상으로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 알파고도 이렇게 할 수 있나.
“알파고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정보를 처리한다. 현재로선 ‘몇 집 차 승리’라는 식의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하진 않았다.”
프로 기사의 수에는 대응해도 아마추어의 ‘꼼수’에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은 판후이와의 대국뿐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아마추어와 대국을 치렀다. 실수를 유도하는 수나 엉뚱한 수에도 알파고는 정수로 대응한다.”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낙승을 예상한다.
“판후이와의 대국 기보만 보고 그렇게 판단하는 것 같다. 그 대국이 알파고 실력의 전부라고 보지 말아달라.”
그렇다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단정하기 힘들다. 50대 50이다. 다만 이는 승률뿐 아니라 대국 내용에서 알파고가 이 9단에게 밀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체스처럼 AI가 바둑에서 인간을 넘어설까.
“5년 정도 지나면 AI가 최정상급 바둑 기사를 넘어서는 날이 올 것이다. 다음달 이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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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무한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알고리즘 짜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또 수천만 가지의 수를 훈련시키고 ‘강화 학습’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발견했다.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경우의 수를 계속 줄여나가 최적의 답을 찾는 것이다.”
다른 바둑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크레이지 스톤, 젠 등 지금까지 나온 가장 우수한 바둑 프로그램과 총 500번의 대국을 치렀다. 딱 한 번 알파고의 실수로 졌다. 물론 이 실수는 반복적인 학습으로 보완했다. 앞으로 바둑 프로그램에 지는 일은 없을 거다.”
AI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AI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지만 가치 판단에 있어서는 중립적이다. AI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조력자가 될 수도, 반대로 인간에 대한 도전자가 될 수도 있다.”

런던=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데미스 하사비스는=구글이 2014년 1월 인수한 영국 인공지능(AI) 기술기업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다. 체스 영재로 주목받았던 하사비스는 15세에 고교 과정(A레벨)을 끝냈고 17세엔 수백만 개의 판매를 달성한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했다.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비디오게임업체 ‘엘릭서 스튜디오’를 차려 다수의 게임을 출시했고 다섯 차례 세계 게임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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