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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썩어빠진 공무원에겐 공직 추방밖에 답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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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제가 어려워 국민의 삶은 팍팍한데 공무원의 기강 해이와 비위가 잇따라 공분을 사고 있다. 공무원 신분을 이용한 갑질과 구태의 악취가 코를 찌른다.

 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관리공단의 가짜 해외출장 보고서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공단 본부장 등 6명은 1인당 450만원씩 모두 2700만원을 들여 10일간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 용역업체가 작성한 보고서를 베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페인·프랑스 등 유명 축구경기장 등을 둘러보는 출장이었는데 용역업체가 1920만원을 받고 써준 보고서를 자신들의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아이디어를 얻어오기는커녕 애당초 보고서를 쓸 생각조차 없었고 엉뚱한 곳에 세금을 썼다니 말문이 막힌다.

 고급 한정식 식당인 삼청각에서 무전취식한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임원의 갑질은 또 어떤가. 서울시 소유인 삼청각은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한다. 그런데 관리총괄자가 가족 등 10여 명과 함께 1인당 20만원, 총 200만원어치의 요리를 시켜 먹고 33만원만 냈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지난해 8월 동료 공무원들과 저녁식사를 할 때는 아예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조직폭력배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계약직 신분인 식당 직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말도 못했다니 그 위세가 어떠했겠나. 국토교통부 현직 과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일도 며칠 전에 있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일이 터질 때마다 엄벌을 외치지만 그때뿐이다. 서울시의 경우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하는 이른바 ‘박원순법’을 공표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업체로부터 62만원을 받아 직위해제됐다 소송을 통해 다시 복귀한 송파구청 간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공무원 관련법을 고쳐 비리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연금을 박탈한 뒤 공직에서 추방하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썩어빠진 공무원들의 갑질을 언제까지 눈감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