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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 강 건너 불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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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 가능성이 가시화돼 비상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일(현지시간)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6월 23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움직임에 놀란 EU 정상들이 전날 이주민에 대한 복지 혜택 중단 등 캐머런 총리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지만 국민투표를 막지 못했다. 현재 영국 여론은 찬반 간 우세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혼전이라 브렉시트의 현실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렉시트는 머나먼 곳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선 영국이 탈퇴하면 한·영 간 교역이 타격을 입는다. 영국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대상에서 빠지는 탓이다. 지난해 대(對)EU 수출액은 480억 달러로, 이 중 15.2%인 73억 달러어치가 영국에 갔다.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한국산 제품들이 관세 혜택을 못 받게 돼 타격이 불가피하다.

 관세뿐만 아니라 EU 경제의 위축 역시 우리 기업에 큰 짐이 된다.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의 EU 탈퇴(그렉시트) 가능성이 제기됐던 지난해 한 경제연구소는 그리스가 빠지면 한국의 대EU 수출은 7.3%포인트 줄 걸로 분석했다. 영국의 경제 규모는 그리스의 10배 이상이다. 브렉시트의 충격이 그렉시트와는 비할 수 없이 클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브렉시트로 세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간 영국은 EU의 공동외교정책에 발맞춰 힘을 보태 왔다. 영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활약하며 국제무대에서 여전히 상당한 발언권을 지니고 있다. 이런 나라가 EU에서 빠지면 우리의 전통적 우방인 EU의 대외정책도 흔들릴 게 틀림없다.

 우리에겐 여러모로 영국의 EU 잔류가 유리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인들을 상대로 EU 잔류를 직접 호소할 계획이라 한다.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우리 역시 영국 잔류를 지지한다는 뜻을 조심스레 알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