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e판결] 법원 "아내의 지나친 교육열도 이혼 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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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를 닦달해 매일 새벽 1시까지 공부시키는 아내의 교육방식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김태우 판사는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양육자 지정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 A씨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한다”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사립초등학교 교사인 B씨는 딸을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시킨 뒤 집중관리했다. 주말부부 생활을 해 아내의 양육방식을 알지 못했던 부부의 갈등은 얼마 후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커졌다.

초등학생 아이는 엄마의 강요에 따라 새벽 3~4시까지 못 자고 공부하는 날이 많았고 방과 후 학습까지 끝나고 나면 학습지 교육, 피아노·수영·태권도에 가야했다. 일찍 잠드는 날이 밤 12시였다. A씨는 아이를 채근하는 B씨의 고성과 짜증섞인 소리,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들이 내키지 않았다. 만류하거나 제지하려 하면 아내는 막말과 욕을 했다.

A씨는 “거듭된 만류에도 딸을 새벽까지 공부시키고 제지하면 큰 소리를 치고 욕을 했다”며 “부당한 대우로 더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고, 아내 과도한 교육 강요로 지친 딸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하지만 B씨는 “경쟁사회에서 딸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모의 의무"라며 "교육관의 차이를 이유로 이혼할 순 없다”고 버텼다.

김 판사는 “아이가 엄마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상당히 힘들어 하는데도 두 사람의 양육 및 교육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김 판사는 “장기간 갈등과정에서 B씨의 모욕적인 말들로 A씨는 상당한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고 결국 각방까지 쓰는데도 B씨는 사소하게 여기고 있다”며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이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혼인 파탄에 대한 A씨의 책임이 더 크다”고 제시했다.

이어 김 판사는 “아버지인 A씨를 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딸의 성장을 위해 적절하다”고 매듭지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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