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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떨게 한 랩터, 기체 속에 무기 감춰 스텔스 극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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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랩터·Raptor) 4대 1개 편대가 17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에서 저공비행하고 있다. 스텔스 능력을 보유한 F-22는 정밀 유도폭탄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양 날개 밑 미사일처럼 보이는 둥근 물체들은 보조 연료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10일 낮 12시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 활주로는 겨울 바람이 거셌다. 추위에 발이 시려올 즈음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가 진입하고 있습니다”라는 공군 관계자의 외침이 들렸다.

일본 발진 2시간 만에 오산 도착
적 레이더엔 새 크기로만 잡혀
4대 중 2대는 한시적 국내 잔류
무게 19t 넘는 전투기 착륙하는데
땅 닿는 소리 겨우 들릴 정도 사뿐

고개를 활주로 동쪽 상공으로 돌리자 짙은 회색의 전투기 4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존하는 모든 전투기의 기량을 능가해 하늘의 최강자로 불리는 F-22 전투기였다. 일본 오키나와현 가네다 공군기지에서 출발한 지 2시간 만이다.

한국 공군의 F-15K 4대가 앞에서 유도 비행을 했고, 그 뒤를 미 공군의 F-16C 4대가 호위했다. F-22 4대는 마치 VIP가 탄 차량처럼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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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금(猛禽, 사나운 독수리 등)이란 뜻을 지닌 ‘랩터(Raptor)’로 불리는 F-22의 겉모습은 날렵했다. 지난달 중순 이곳 오산기지에서 봤던 B-52가 트럭이라면 F-22는 세단이었다. 19.7t 무게의 전투기가 착륙하는데 큰 소리가 나지 않았다. 공중에서 선회도 매끄러웠다.

미 공군은 당초 북한의 핵실험(지난달 6일) 직후 랩터를 한반도에 배치하려 했다. 그러나 최신예 전투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하자 결단을 내렸다고 공군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F-22가 한반도에 훈련차 올 땐 공개 활동을 중단한 채 벙커에 있었다는 첩보가 있다”며 “그만큼 북한에 위협적인 무기”라고 말했다.

랩터는 엔진이 움직이게 돼 있어 방향 선회가 쉬운 ‘엔진추력편향장치’를 채용하고 있다.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상대방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레이더반사면적(RCS)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레이더에는 새 정도 크기로 보일 만큼 스텔스 기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특히 랩터를 팔라는 동맹국 일본의 집요한 요구를 거절할 만큼 미 공군이 아끼는 전투기다. 기체 재료로는 고강도, 고탄성의 강화섬유와 열경화성 소재 등이 쓰였다.

 미 공군은 이날 이례적으로 착륙해 있는 F-22도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F-15K, F-16과 달리 F-22는 기체 외부에선 무기를 볼 수 없었다.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하고자 모든 무기를 내부 무장창(무장수납고)에 탑재해 겉모습만 봐선 빈 비행기 같았다.

기자들 마음을 읽었는지 공군 관계자는 “대북 무력시위 차원에서 긴급 출격했는데 ‘맨몸’으로 왔겠느냐”고 했다. F-22는 공대공 무기로는 AIM-120과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장착하고, 지상을 공격하는 무기로는 1000파운드급 GBU-32를 탑재한다. 핵무기도 탑재할 수 있다. 최대 속력 마하 2.5 이상에 작전 반경은 2170㎞에 달한다.

 테런스 오샤너시 미 7공군사령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임무는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한·미 양국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훈련에 참여한 F-22 랩터 4대 중 2대는 한시적으로 오산 기지에 잔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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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미 “북 KN-08 본토 위협” …오산에 패트리엇 순환 배치
 

◆미, 6대 무기 한반도로=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이 대대적인 대북 군사적 압박을 위해 3월까지 6대 무기를 차례로 한반도에 전개할 예정”이라며 “지난주 한·미 공동작전기획팀(OPT) 회의 등을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6대 무기는 B-52 전략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F-22(랩터), 해상사전배치선단(MPSS), 핵추진 항공모함, B-2 스텔스 폭격기를 지칭한다.

한편 동해상에선 이날 한·미 해군이 해상초계기 훈련을 실시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의 P-3 해상초계기와 미 해군의 P-8이 함께 비행훈련 등을 했다”며 “가상상황을 통해 적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수중 표적에 대한 식별, 공격절차 등 연합작전 절차를 숙달했다”고 말했다.

오산=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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