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기름치기」한창 일부 성급한「돈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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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 가릴 것 없이 탈법과 준법 사이를 맴돌며 진행돼오던 선거운동이 중앙선관위의 선거일 공고를 고비로 바로 중반전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그동안 직접 보고온 현지 표밭사정과 최근의 선거양상을 정리해 봅시다.
-많은 사람들이 여야의 정치집회에 모이고 여야간 말의 공방이 열도를 높여가는 것을 보면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입니다.
-일부지역에서 성급한 「돈질」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후보들은 당장 매도에 돈을 뿌리기보다는 장차 결정적일때 돈을 효율적으로 흘려보낼수 있게끔 조직에 기름을 치는 일에 더 열중인 것 같더군요.
-특히 민정당은 최소한의 조직관리만 하면서 아직은 본격적인 자금은 풀지않는 경향입니다.
그러면서 총재친서 답장쓰기, 1당원 6명씩의 1천만인 공명선거 서명운동을 통해 끊임없는 조직점검을 하고있지요.
-야당은 민정당의 그런 전략에 엄청난 수가 숨어있다고 믿고 있어요. 한마디로 조직이 없으면 돈을 쓰고싶어도 못쓴다는 선거전의 생리를 꿰뚫고 있다는 거죠. 지난 4년간 엄청난 투자를 해 다진 자기들 조직은 숨겨놓고 야당의 계절용 파이프 매설작업(조직)을 감시, 일단 유사시 파이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만 하고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조직에 의한 득표에 대한 민정당의 자신감도 작용했을 거예요. 1백50만당원이 3·3전법에 의해 3표씩만 확보해도 33%의 득표율은 달성할 수 있는데 뭣때문에 서두르겠느냐고 민정당 간부들은 말하더군요.
-대외용 목표득표율 38%나 대내용 목표 36%를 얻자면 결국 3∼5%를 더 추가하는 싸움인데 그 정도를 위해 돈을 쓰는 것보다는 도농간 또는 지역간 격차없이 고른 득표율을 올리는게 중요하다는 거죠.
-야당후보자들이 창당대회나 개편대회에서 선물이나 돈을 주는 것을 놓고 여당측이 야당이 돈을 더 쓴다고 엄살을 떨기도 하는 모양인데 사실인가요.
-그건 과장이라고 봐야겠죠. 민정당은 지역협의회를 통해 이른바 야당이 「민정세」라고 부를 정도로 엄청난 당비를 거두고있어요. 도시선거구는 1개동에서 1천만원대를 거둔 곳도 있고 지방의 군단위별로도 수천만원씩은 모았답니다.
민정간부들은 기독교가 강한 것은 연보돈을 내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즐겨 펴더군요. 헌금까지 한이상은 안찍고 못배긴다는 겁니다.
-선거에 경험이 있는 야당사람들은 마지막 「봉투싸움」에 대비한 자금전달조직을 한창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여당의 조직이 너무 강해 뚫고 들어가는데 상대적으로 돈과 힘이 더든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돈없어 죽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여당쪽에 온 많은 것은 웬일이죠.
-여당후보는 징징대야 중앙당의 지원과 가호가 더 있다고 믿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서 일거예요.
-민정당은 매끄럽고 고차원적으로 자금을 관리·사용하는데 비해 야당후보중에는 규모없게 써 돈뿌리리는 길을 여당에 노출시키고 소리만내 투자효과를 반감시키는 예가 허다하더군요.
-어쨌든 아직은 유권자를 직접 상대하는 표사기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반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떻든가요. 차츰 선거분위기를 느껴가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떤 사람이 출마하는지조차 모르는 무관심층이 더 많았으나 선거공고가 나붙고 후보자마다 「당원용」선전물을 무차별 투입하면서부터 관심들이 부쩍 높아졌어요.
-또 유권자들간에 우리집에는 모후보가 주스를 보내왔느니 남비를 보냈느니 하는등 자극적인 정보교환이 시작됐습니다. 어느 아파트에서는 후보자가 보낸 남비가 그들을 깔보는 것이라고 집단항의를 했고,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자기들 반장은 물량공세를 주선해오지 못한다고 반장불신임 소동을 벌였다지요.
-일부 부녀층 유권자들의 후보 괴롭히기 풍조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읍니다. 계모임이나 온천관광이다해서 노골적으로 후보들에게 『표를 사가라』며 강매(?)하는 추태가 여전합니다. 부곡온천엘 가보면 8도버스가 총집합한 느낌을 주는데 평소보다 내방숫자가 부쩍 많은 것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봉투때문이 아니라 도대체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신문에서만 보던 찬조연사들은 어떤 사람들인지가 궁금해서 정당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도 꽤있어요. 과거 후보 개인 연설을 듣던 시절의 향수같은 것도 있는 가봐요.
-방학이라 대학생들의 갖가지 형태의 선거참여가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도시선거구의 야당후보는 말할것도없고 여당후보들까지 학생동태에 신경을 써요.
-대중집회에 가보면 여야간 청중의 질과 분위기가 다르고 이슈에 대한 안목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읍니다.
-대여비판중 공감대가 큰 것은 농정실패(농촌)와 장영자·정래혁사건(도시)등이었읍니다. 민한당간부들은 민정당을 『농민을 못살게 하는 정당』(유치송총재)이라고 몰아세우고 『한 여자의 치마폭에 7천8백억원이 들어간 것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지요.
-또 정래혁씨가 바로 민정당의 대표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부실 농정의 책임자인 박종문 농수산장관이 민정당 전국구 후보임을 들어 공격하지요.
-이런 주장은 민정당을 적지않게 아프게하는것이 사실입니다. 권익현 대표위원은 『농민을 못살게 구는 정당』이라는 유민한총재의 말이 무척 사무쳤던 모양이예요. 마침 민정당이 의뢰한 갤럽여론조사에도 『농민에게 도움을 못준다』는 항목이 있었거든요.
-권대표가 유독 장영자의 LA거주설, 독도영유권포기등에 관한 유언비어를 해명한 것도 야당의 공격메뉴를 의식했기 때문이죠.
-여야의원의 훈장수여추진은 주로 신한민주당이 기존정당을 공격할 때 즐겨 쓰지요.「1,2,3중대」를 강조할 때 동원되는데 청정들로부터 묘한 카타르시스의 효과를 얻는 모양이예요.
-그러가하면 신한민주당의 안동지구당 압사사건은 민정당 간부들에게 절호의 거리를 준셈이예요. 그래서 일부 야당후보의 지나친 자금사용을 클로스업시키는 증거로 이용되고 있읍니다.
-거의 전지역구가 후보자들간의 치열한 인신공격에 말려들어가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상황입니다. 충남도청이 전 문제로 공주와 천안은 민정후보끼리 신경전이 벌어져있고 전남의 민정당후보들은 광주가 약해 전남판세가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불평하더군요.
-그러나 민정당은 어차피 한명 당선되리란 생각 때문인지 야당끼리의 인신공격이 더 심하더군요. 정변이 많은 기구한 정치사 때문인지 변절·사꾸라논쟁이 여전히 어필하는 듯한 분위기였읍니다. 민한당을 탈당한 의원들도 상대로부터 혹독한 표현의 곤욕을 치르고있더군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약과입니다. 합동연설회가 시작되면 극한발언이 속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후보중에는 구속사태를 촉발하는 고수위발언에 승부수를 걸겠다고 벼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잡혀가면 당선에 덕을 볼 것이고 안잡혀가면 선명성을 과시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입니다.
-아뭏든 11대선거보다는 이번 선거판이 훨씬 뜨거워질 것이라는 조짐은 도처에 역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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