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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중국 너무 믿지 말라"…박 대통령 "외교적 노력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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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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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 앞서 접견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여야 대표 등과 티타임을 했다. 박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4년 3월 26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독일 대통령 초청 오찬 이후 23개월 만이다. 가운데는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 [사진 청와대]

“2013년 (개성공단 폐쇄) 때 (입주자) 7명이 (한 달간) 내려오지 못했잖아요. 정말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어요.”

여야 지도부와 19분 티타임
“2013년 7명 억류 때 정말 피말라
이번엔 무사귀환 위해 미리 못 알려”
김 “폐쇄 이유 국민께 소상히 설명을”
박 대통령 “꼭 그렇게 하겠다”
회동 막판 3분 동안 독대하기도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 전 국회의장단 및 여야 대표단과의 티타임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꺼낸 말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엔 정말 국민 안전, 무사귀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전면 중단 결정을 국회에) 미리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국회 접견실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연설 직전까지 약 19분간 정의화 국회의장 및 정갑윤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및 원유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및 이종걸 원내대표 등과 티타임을 했다.

 박 대통령은 김종인 대표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며 악수를 건넸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4년 3월 26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독일 대통령 초청 오찬 이후 23개월 만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종걸 원내대표에겐 “오늘이 (이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일인데 양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고 인사했다. 반대쪽에 있던 김무성 대표에겐 “입술도 부르트고 하셨는데 너무 수고 많으십니다”고 했다.

 ▶김종인 대표=“긴급한 상황을 국민께 소상히 설명해 주시는 게 좋겠다.”

 ▶박 대통령=“아, 그런 거 때문에 오늘 여기 오게 됐다.”

 ▶김종인 대표=“중국을 너무 믿지 말라.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을 참작해 대중 외교를 강화하는 게 좋겠다. 중국 때문에 개성공단 조치도 효과가 없다면 뒷수습을 어떻게 할지 걱정된다.”

 ▶박 대통령=“(끄덕끄덕) 맞다. 외교가 중요하죠. 중국과 노력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러시아와도 그렇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당사자이니 더욱 선도적으로 (대북제재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게 참 무섭다. 북한 핵무기가 시간이 흐르며 고도화된다면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 이렇게 지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두 사람의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통일대박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말씀하고서 개성공단을 중단시킨 건 너무 왔다 갔다 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은 통일이 됐을 때 더 큰 한반도의 혜택이 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린 것”이라며 “그렇게 가는 길에 왜 어려움이 없겠나. 대화, 신뢰 프로세스는 무조건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목함지뢰 (도발) 때도 우리가 단호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받아 낼 것을 받아 냈다”며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응징해야 하고 대화의 끈은 열어 놓는 거다. 무조건 믿는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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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뒤 “북한이 ‘불바다’ 위협을 하고 IS(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도 제3자를 통해 파고들 수 있는데 테러방지법이 꼭 통과되길 부탁드린다”며 정보 수집권은 국가정보원이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불법활동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했는데 정보 수집 권한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티타임 19분 가운데 마지막 3분은 박 대통령과 김종인 대표의 독대시간이었다. 김 대표가 자리를 뜨려던 박 대통령을 끌어당기며 “얘기 좀 더 하자”고 했다고 한다. 독대 시 김 대표가 “국민이 납득하도록 개성공단 폐쇄 이유와 불가피성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연설 뒤 “개성공단을 급박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태화·이지상·김경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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