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00유로 지폐 사라지나…해석 분분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유럽중앙은행(ECB)이 500유로(약 68만 원) 지폐를 없애는 걸 검토하고 있다. 고액권이 돈세탁을 통해 테러자금 등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예금자가 은행에서 고액권을 뽑아 쌓아두는 것을 막기 위해 500유로짜리 화폐를 없애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출석해 “500유로권 폐지를 검토하는 이유는 고액권이 돈 세탁이나 테러 자금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500유로권 폐지 논의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본격화했다. 지하자금 규제를 위해서 고액권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이날 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 인출 사태 속에 예금자가 은행에서 고액권으로 돈을 뽑아 쌓아두는 걸 막기 위해 고액권을 없애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예치금리를 -0.3%으로 낮췄다. 시중은행이 ECB에 돈을 맡기지 말고 대출을 늘려 돈을 시장에 풀라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은행 고객들이 500유로짜리를 뽑아 쌓아두기만 해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00유로권은 거래 목적보다 가치 저장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경기부양이라는 ECB의 목적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런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이날 ECB 예치금에 적용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더 낮추는 등의 부양책을 쓸 수 있다고 시사해 500유로권 폐지 의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맡은 바를 다할 준비가 돼 있고, 행동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EC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양적완화 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경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유로존 은행의 부실대출 우려까지 더해져 경제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이체방크와 소시에테제네랄 등 주요 은행주 투매로 증시가 급락하기도 했다.

하워드 아처 IHS 글로벌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ECB가 다음달 회의에서 예치금리를 현재 -0.3%에서 -0.4%로 추가 인하하고,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보다 200억~300억 유로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